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이하는 1월 9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 정가현 학생과 2학년 9반 정다혜 학생의 생일입니다.
정가현 학생입니다.
가현이는 여섯 살 터울 오빠와 네 살 터울 언니가 있는 삼남매의 막내입니다. 막둥이답지 않게 가현이는 남매 중에서 제일 속 깊고 어른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언니가 가현이한테 어리광을 부리고 가현이가 언니를 돌봐주었다고 합니다. 언니가 부탁하는 일은 가현이가 투덜거리면서도 다 해 주고 언니 얘기도 잘 들어주는 다정한 동생이었다고 합니다.
가현이는 엄마랑 언니랑 이렇게 가족 중의 여자 셋이서 "삼총사"처럼 뭉쳐서 동네 마실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가현이랑 엄마랑 언니랑 자주 가던 과일주스 가게가 있는데 그곳에 백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목걸이 같은 자질구레한 장신구를 뽑을 수 있는 뽑기 기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가현이랑 가현이 언니랑 동네를 산책하고 그 과일주스 가게에 들러서 백원을 넣고 그런 소소한 물건들을 뽑으며 놀았던 게 너무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가현이가 없으니 그 길을 못 가겠다고 하시면서 어머니는 내내 우셨습니다.
가현이가 생활했던 2학년 1반 기억교실 전경입니다. 가현이 자리는 사진상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포카리 스웨트가 놓여 있는 유미지 학생 자리 바로 앞자리입니다.
가현이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가현이는 기운 내서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고 합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9반 정다혜 학생입니다.
* 단원고 희생자 중에 '다혜"가 두 명입니다. 얼마 전 1월 5일에는 2학년 10반 이다혜 학생 생일이었고,
1월 9일 오늘은 9반 정다혜 학생 생일입니다.
2학년 9반 정다혜 학생입니다.
다혜는 다섯 살 터울 언니가 있는 두 자매의 막내입니다. 언니는 다혜를 아주 많이 사랑해서, "언니가 예쁜 여동생 태어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어서 네가 태어났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언니는 다혜를 "우리 똥강아지"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언니하고 다혜하고 둘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자매는 더욱 각별했습니다. 다혜는 고민이 생기면 언제나 언니한테 가장 먼저 털어놓았고, 다혜가 대학에 가면 언니하고 둘이서 유럽여행도 떠날 계획이었습니다.
다혜는 부모님을 위해서 집에서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도맡아 하고 일하느라 퉁퉁 부은 엄마 손을 주물러 드리는 효녀였습니다. 엄마는 다혜가 건강하고 체격이 좋으니 경찰이나 군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지만 다혜의 꿈은 치기공사였습니다. 어머니는 다혜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전문적인 진로를 정해놓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을 나중에 다혜 일기장을 보고서 아셨다고 합니다.
다혜가 생활했던 2학년 9반 기억교실 전경입니다. 다혜 자리는 사진 정가운데입니다.
9반 칠판입니다. 오른쪽에 "김혜선 정다혜 이수진 사랑해"라고 조그맣게 적혀 있습니다.
다혜는 참사 이후 4월이 지나 5월이 되도록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점점 희망을 잃었지만 다혜 언니만은 "다혜는 꼭 내 생일 전에 돌아온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다혜는 언니 생일인 5월 4일에 언니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혜 아버지께서는 2013년도에 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셨습니다. 막내를 잃고 아버지는 나아지던 지병이 다시 재발했습니다.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하셨지만 다혜 아버지께서는 2015년 10월 17일에 다혜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다혜하고 아빠하고 이제 춥지 않고 아프지 않은 곳에서 영원히 함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세월호 가족분들께 가장 쉽고 간단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가현이와 다혜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유치원 선생님을 꿈꾸었던 속 깊고 너그러운 가현이,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다혜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