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나를 똥깡이라고 늘 부르시던 아버지가 보고 싶다. 치매 진단을 받으시고 겉잡을 수 없이 난폭해 지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모셨는데, 날이 갈수록 폭력성이 심해지시니 가족들이 면회를 가기도 쉽지 않았었다. 그렇게 계시다 돌아가시는 날, 나는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가족도 없이 쓸쓸히 혼자 떠나시게 했던 그 죄스러움은 10년이 지나도 내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있다. 어머니가 치매진단을 받으셨을 때 직접 모시겠다고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중략)
지난 섣달 그믐날, 내 꿈에 아버지가 나타 나셨다. 이 똥깡이가 너무 힘이 드니 이제 어머니가 아버지 만나러 가시면 어떻겠냐고 묻는 나에게 “나는 혼자 쉬고 싶으니 니가 더 델고 있거라”고 하셨다. 아무리 꿈이라도 하도 기가 막히니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으며 잠이 깼다, 조그만 몸을 웅크리고 주무시는 어머니가 뭐라고 뭐라고 계속 잠꼬대를 하신다. 나도 '엄마 빨리 아버지한테 가세요. 제발~'하며 잠꼬대라도 했으면 어쩌나 싶다.
하루 종일 소리지르고 난리치시느라 게다가 오늘은 입 투정까지 하시느라 배고프실 어머니를 위해, 꿈에서라도 빨리 아버지께 가시길 바랐던 마음을 반성하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짜장면을 만들어 볼까 한다.
“네 아버지, 어머니는 제가 조금 더 모시고 있을 게요. 아버지는 좀 더 쉬시다가 천천히 만나세요. 그리고 이승에서 사는 게 바빠 못다 한 뜨거운 연애 하세요”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의 저자 정성기님의 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