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96일을 맞이하는 1월 5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6반 박영인 학생, 2학년 5반 천인호 학생, 2학년 10반 이다혜 학생의 생일입니다.
본래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만 2학년 6반 박영인 학생은 996일째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영인 학생입니다.
영인이는 형이 하나 있는 두 형제의 막내입니다. 운동을 좋아했던 영인이는 학교 볼링부에서 활동했습니다. 아버지가 야구경기를 보시면 옆에 꼭 붙어서 같이 봤고, 아빠하고 영인이하고 야구 관전하러 같이 다니기도 했습니다. 영인이는 여행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바쁜 형대신 부모님이랑 영인이랑 셋이서 가족여행도 자주 다녔습니다. 어머니 휴대폰 사진첩에는 영인이랑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 가득합니다.
부모님은 영인이가 갖고 싶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은 웬만하면 다 지원해 주려고 하셨지만, 축구화는 영인이가 갖고 싶어했는데도 너무 비싸서 선뜻 사주시질 못했습니다. 세월호가 침목한 뒤에 부모님은 팽목항에서 영인이를 기다리며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영인이 이름을 쓴 축구화를 사서 갖다 두셨습니다.
단원고 2학년 6반 기억교실에 있었던 영인이 책상입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영인이 자리를 차마 치울 수 없어서 교실이송식 전날 다른 자리들은 포장되어 이송을 기다리는데 영인이 자리는 그대로 보존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영인이 책상도 새 기억교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5반 천인호 학생입니다.
인호에 대해서는 알려진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다. 누나가 둘 있고 부모님께 많이 사랑받는 막내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호는 학교에서 제과제빵 동아리에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인호네 가족분들은 팽목항으로 달려가셨습니다. 4월 19일, 아직 에어포켓과 생존자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을 때 인호 어머님은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절규하셨습니다. 방송에서는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며, 헬기가 뜨고 구조선들이 달려가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인호 부모님을 비롯한 실제 피해자 가족분들이 현장에서 보신 장면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해경과 해군은 날씨와 유속 등등을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 가족분들이 자비로 배를 빌려 세월호에 접근하려 하자 그것만 적극적으로 막았습니다.
인호 어머님은 지금이라면 한 명이라도 구조할 수 있다고, 대통령이 결단하셔야 한다고 외치셨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19일 단원고 교실이송식 전날 2학년 5반 전경입니다. 오른쪽에 인호 자리가 보입니다. 어머님의 애타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인호는 유품상자 하나로만 남았습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10반 이다혜 학생입니다.
다혜는 네 살 터울 남동생이 하나 있는 두 남매의 맏이입니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언제나 다혜가 동생을 돌봐주었고, 똑부러지고 야무진 맏딸이라 부모님께서 늘 믿음직하게 생각하셨습니다.
다혜의 꿈은 수학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혜는 선생님을 존경하고 친구들을 좋아했고 학교생활을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그래서 다혜는 어른이 되면 자기도 학생들에게 추억을 많이 쌓아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다혜가 생활했던 2학년 10반 교실 전경입니다.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다혜는 가방 가득 먹을 것을 챙기며 무척 신나 했습니다. 4월 15일, 출발하던 날 밤에 다혜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시무룩한 목소리로 안개 때문에 배가 못 뜰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두 시간 뒤에 다시 전화해서 다혜는 배가 출발한다며 "제주도에 도착하면 전화할게"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것이 다혜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세월호 가족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영인이, 그리고 사랑스런 막내였던 인호, 수학 선생님을 꿈꾸었던 속 깊고 어른스러운 다혜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1월 9일은 세월호 참사 1000일입니다.
다혜와 인호에게도 미안하지만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아직도 미수습자로 남아 있는 영인이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2학년 1반 조은화, 2반 허다윤, 6반 남현철, 6반 박영인,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꼬마 혁규와 혁규 아버지 권재근님, 일반인 승객 이영숙님.
아홉분과 이분들을 기다리며 팽목항에서 지옥 같은 날들을 3년째 보내고 계시는 가족분들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