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인 도로여서 그 도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기억이 흐릿하나 난 정말 어처구니 없이 죽을뻔했다는 것 하나는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실 오버해서 죽을뻔이지 어쩌면 뭐 반병신 되고 살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략 왕복 9차선 즈음 내가 달리는 도로는 4~5차선 이었다. 그렇다고 자동차 전용도로는 아니어서 중간에 사거리도 나오고 신호도 어느정도 있는 그런 도로. 1차선은 버스전용차로는 아니었고, 직진차선도 아닌 좌회전 차선이었다.
난 2차선에서 80정도의 속도로 내 갈길 열심히 가고 있었다. 전방에 사거리가 나왔고 내 진행방향의 신호는 초록불. 1차선에는 좌회전하려는 것인지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뭐 어쨋든 난 2차선에서 진행방향의 신호가 초록불이니 방심하고 그냥 내달리고 있었고 내가 달려감에 따라 1차선에 정차해 있는 버스는 가까워 지고 있었다.
100m....80m...50m... 버스와 내 차와의 거리가 거의 30m즈음 됐을 무렵.
갑자기 1차선 쪽에서 왠 바리케이트가 내 차 앞으로 쳐지는 듯한 현상을 봤다. 시속 80km으로 달리는 상태에서 갑자기 30m 앞에서 뭔가 확 튀어나오다니 갑자기 어머니 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는 찰나였다.
그 바리케이트의 주인공은 바로 버스였다. 여차저차 피해서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니 어찌된 경위이고 도대체 뭔 일인지는 모르나 그 버스는 좌우당간 좌회전은 아니었고 정차해 있는 상태에서 유턴을 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건데 그 버스는 1차선에서 차선 우측부분에 많이 붙어 있었나 보다. 그 상태에서 급 선회를 하려니 버스 궁댕이가 2차선의 절반을 넘게 튀어나온 것 같았다.
버스 궁댕이가 2차선으로 확 튀어나올 때 난 놀래서 3차선을 조금 물고 피했는데 만약 3차선에 다른 차량이 달리고 있었더라면 그 버스는 제 갈길 가고 애꿎은 3차선 운전자와 나만 피볼뻔 했다.
항상 도로위에 달리는 차량을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폭탄으로 여겨서 주의하며 다녔는데 그래서 피했던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