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토론 이상하게 했다는 글들이 많던데,
제가 보기엔 이재명 시장 잘했습니다.
물론 어머니 폭행 어쩌고는 무리수긴 했지만,
왜 그 비유를 들었는지(정확히는 비유가 아니라 자신이 겪은 걸 예로 들은 거였죠) 뒤에서 해명했구요.
유시민씨 말대로 부드럽게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번 쎈 발언들이 있었지만,(새누리 깔 때) 선을 넘은 건 없었고,
자기 정책 설명 다했고, 새누리당 극딜도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정치인 이재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토론에서는 정치인으로써의 역량을 잘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꼽자면, 시간을 많이 빼앗은 점.
포퓰리즘이란 비난에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
(나의 행적을 믿어달라고 했는데, 사실상 나를 믿으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정책을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그리고 전원책의 억지에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이 있을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억지를 쓴 사람을 먼저 탓해야겠죠.
전체적으로 80점 이상을 주고 싶네요.
유승민
유시민씨 말대로 이번에도 잔잔하게 토론했지만,
챙길 건 다 챙겨간 느낌입니다.
자신의 입지도 잘 말했고,
약점도 해소했고(박근혜와의 연결고리를 끊었다고 봐야죠)
진보, 보수, 중도에 두루 어필했을 겁니다.
가장 불리한 입장이었을텐데도,
아주 잘 처신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꼽자면, 임펙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신년토론은 나름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좋은 이미지는 심어줬을지언정 표는 얻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라이트 필름이 없다는 거죠.
이재명시장이 유시민씨의 질문에 현명하지 못했듯,
유승민씨도 유시민씨의 질문을 피한 느낌입니다.
자신을 지키는 부동심도 중요하긴한데,
필살기가 없는 정치인을 국민들은 좋아하지 않죠.
그래도 80점 이상은 줘야 할 거 같습니다.
유시민
이번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정확히는 어떤 한 명 때문에 못했다고 봐야죠)
오히려 토론자보다는 진행보조역할을 수행했었죠.
손석희씨가 제안한 질문도 참 잘 수행했습니다.
둘을 공격하거나, 약점을 잡기보다는 두 대선후보의 현재 가장 큰 비판을 세련되게 질문했는데,
그 질문 자체가 참 좋았던게,
대선후보들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이재명시장의 경우는 만약 유화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약점이 어느정도 극복되었을 거고,
유승민의원의 경우는 만약 대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기회를 주는 질문이었습니다.
근데 둘 다 그걸 거절했죠.
뭐, 후보들 각각의 플랜이 있을테니까요.
다만 거꾸로 유시민이 대선후보였고, 토론자가 그런 질문을 했다면 유시민씨는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문제를 굳이 꼽자면, 문제를 꼽을 말 자체도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위에 적었듯이 토론자보다는 보조진행자의 롤을 수행했죠.
상황정리를 하고, 문제의 한 명을 저지시키고, 토론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점수는 80점 이상을 받아야죠.
기회를 받지 못한 게 죄는 아니니까요.
토론자가 아닌 보조진행자였다면 100점이었을 겁니다.
전원책
사실 이번 토론은 이 한 사람 때문에 망쳐졌다고 봐야 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이 사람이 토론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군가산점 논란도 올바른 논거를 댔다기보다는 호통을 친 거에 불과하죠.
우리나라에서 군인들이 워낙 대우를 못받으니, 자기편에 섰다고 생각해서 추앙받은 거 뿐입니다.
게다가 상대패널 한 명이 이상한 주장을 하는 바람에 더 부곽된 거 뿐입니다.
(참고로 상대 남성패널측 주장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논리적이었죠. 문제는 여성 패널이 이상한 말을 해서 문제였구요)
문제를 꼽자면이 아니라, 문제만 꼽아야 하는데,
억지를 부렸고, 발언시간을 초과했으며, 상대토론자의 말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방해했고, 논점을 이탈했습니다.
진짜 역대 최악의 토론을 했고, 그 이유는 아마도 썰전의 영향 같습니다.
썰전을 하다보니 편집없는 토론에 적응한거죠(거기는 게다가 잘 받아주니까요)
썰전에서 편집없이 하자고 했는데, 그랬으면 오늘 같은 꼴이 날 겁니다.
왜 주제와는 상관도 없는 쓸데없는 소리를 제가 들어야 하는지,
게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면 될 수치를 왜 가지고 따지는지,
짜증이 나더군요.
농담인지 반진담인지 대선에 안나가실거냐는 손석희씨의 말에 아직은 모른다고 했었는데,
나가면 박근혜2일 겁니다. 이게 불통이 아니면 뭐가 불통입니까?
토론자로써도 이렇게 불통하는데 말입니다.
잘한점을 하나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잘한 점이 없습니다.
예전 신년토론 때는(노회찬, 유시민, 전원책, 이혜훈) 손석희씨랑 이혜훈을 좌파빨갱이 만들더니,
(재벌 풀어줘도 경제 성장 안된다, 오히려 sk주가는 떨어졌다고 이혜훈씨가 펙트를 가져왔더니 좌파 만들었죠)
이번엔 유승민도 좌파 만들더군요.
저번처럼 색깔논쟁으로 끌고 들어가 토론을 망쳤습니다.
그리고 재벌편을 이번에도 들더군요.
저번에는 sk회장 특별사면 해줘야 경제가 산다고 떠들어대더니,
이번엔 삼성 편을 들어놓고 아닌 척 하는데, 좀 속이 보였습니다.
대선후보검증을 해야 하는데, 전원책 검증만 했어요.
저 사람은 진짜 정치하면 큰 일 나겠구나라는 점만 알게 됐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까요.
점수를 주자면 0점입니다.
전원책을 토론을 싫어하지만, 0점을 주는 건 처음이네요.
-가 있다면 -를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번 신년토론을 총평하자면, 단 한 명의 난봉꾼이 토론을 다 망쳤습니다.
보셔도 유익한 이야기가 많이 없어요.
그래도 각 토론자들은 나름 잘 대처했기에, 고득점자는 없지만, 망친 사람은 한 명뿐인 토론이 되었습니다.
이재명 시장은 자기 스타일로 맞불작전으로 대처했고,
유승민 의원도 자기 스타일인 유하게 넘어가기로 대처했으며,
유시민씨는 토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바꿔 보조진행자로 토론을 관리했습니다.
세 명이 억지쓰는 떼쟁이를 어떻게 대처하냐가 유일한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끝으로 이번 토론에서 가장 고생한 건 손석희씨겠죠.
전원책씨를 힘주어 몇 번을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김희철의원의 토론 방해가 심했을 때, 손석희씨가 마이크를 끄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신년토론이라 그럴수도 없으니,
결국 방식을 자유토론에서 후보검증토론으로 바꿔 버렸죠.(후보검증은 1:1이니까요)
한 줄로 줄이자면,
1명 때문에 1명의 사회자와 3명의 토론자와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이 고생한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