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공감이 결여된사회.
지난 금요일이었다. 동내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돌아가려는 길에 들어온 한무리의 고등학생 내지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입 밖으로 내 뱉은 말은 박순실 게이트와 병신년에 걸맞는 사건들로 단련된 맨탈을 다시한번 처참히 깨트려줬다.
이들이 한말은 흔히 말하는 일베류의 남학생들 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을 말이었다. 장소가 분식집이었다는 사실과 일베, 그리고 14년 4월 16일날 있었던 비극을 합쳐보면 어떤 말이 나왔는지는 짐작이 가능할거다...
그말을 못들은척하고 나오는길에 많은 생각에 잠겼다. 카톡의 랜선 지인들에게 방금 일어난 충격적인 목격담을 전파하고 의견을 나눴지만 이미 깨져버린 내 맨탈을 잡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월호의 비극과는 3자라고 봐도 무방한 내가 들어도 맨탈에 금이가고 충격에 한동한 멍한 상태가 지속 되는데 하물며 당사자인 유가족,그리고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이 아니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란 말이 무색할정도로 초고속 으로 정보교환이 가능해진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린것은 아닌가, 인터넷과 여러 매체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때로는 진실된 하지마 대체로 거짓된 감정들의 홍수속에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법을 잊어 버린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이었다.
공감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그리고 원초적인 감각중 하나일것이다. 태아와 어머니 사이의 공감, 갓난아이들 사이에서의 울음을 통한 공감. 공감은 인간이라는 공동체의 생존을위해 가장먼저 발달한 그러한 감정인것이다. 약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은 하나의 공동체 멀리보면 사피엔스라는 종이 자연에서 살아남을수 있었던 전략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점점 공감과 측은지심의 사회 보다는 혐오와 상호비방의 사회로 바뀌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밤의 일이었다. 사실 나도 세월호라는 사건이 나와는 멀리 떨어져있는 일로 느끼고 있었던것 같다.머리로는 슬퍼하고 구조를 못한 커트롤타워와 해경에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감정들이 진심이었는 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밤 불꺼진 내방이 기울고 있는 세월호의 객실로 바뀌고 창밖의 어둠이 금방이라도 창을 깨고 방을 가득 채울 바닷물로 보이자 그 모든 감정들이 한발더 진심에 가까워 졌다. 그리고는 울었다... 모든 감정들이 진심에 가까워오자 감당하기힘든 분노와 슬픔 그리고 원망과 두려움 사이의 무엇인가가 몸을 감싸버렸다.
다시 분식집의 중고생들로 돌아간다. 동갑내기 친구 혹은 형 또는 동생 이었을 단원고2학년 학생들이 자신일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번만이라도 해보는것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아닐거다. 그들도 옆에 있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거나 키우던 강아지가 죽으면 슬퍼할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럼 무엇이 이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었을까?" 를 생각하던 내눈에보인 밤10시의 대치동 학원가의 불빛들이 내 질문에대한 무언의 답을 주고있는것 같았다.
출처 | 내 페이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