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을 너와 함께 있었고,
2년 못되게 국내롱디를 하다가,
마지막 3달은 해외롱디로 지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무척 길었지만, 돌아보니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있었기에
오히려 이렇게 오래 함께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서글프다.
붙어있었으면, 그만큼 못난 모습을 네게 많이 보여줬을텐데
떨어져있었으니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던건가 싶어서...
하지만,
어제는 내가 2년전 선택을 달리 했었더라면,
우리가 롱디를 하지 않았어도 될 테고
더 애정이 깊어질 수도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다.
네가 열흘만에 한 전화로
내가 더이상 예전처럼 생각나지 않는다며 조심스레 얘길 꺼냈을 때
나는 예고하던 끝이 온 것만 같아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너무 괴로웠다.
지금은 그마저도, 너는 그저 권태기가 온 것 같다 얘기한 것 뿐인데
내가 성급히 헤어지자 했나, 라고 말했던 것 같아
마음이 계속 괴로웠다.
나쁜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 이것은 그저 꿈이었구나 하는 안도의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세번이나 자고 일어났는데도, 지금의 나쁜 꿈은 깨질 않는다.
내가 꿨던 꿈 중에서 가장 아프고 괴로운 꿈인데도, 깨지질 않는다.
내 주변엔 아직도 너를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너무 많아서
정리를 할 수가 없다.
굳이 네가 준 것이 아닐지라도
너의 사진이 들어있는 내 지갑
너와 같이 여행을 갔다와서 하나하나 기록해둔 일기가 적혀있는 내 수첩
너와 함께 좋아하고 듣곤 했던 노래들
그 어느 것에도 손을 댈 수가 없어
아무것도 듣지도 손대지도 못하고 있다.
잘 지내라고 했던 네 마지막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 작은 것 부터라도 지워나가야 할 터인데
내 핸드폰 사진첩에는 아직도 네가 그득해서
나는 사진첩 조차도 쉬이 열 수가 없다.
곧 나는 네가 있던 그 도시로 돌아가게 될 테고,
예전엔 그것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나는
정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를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기가 너무나 힘들고 싫다.
너를 붙잡고 싶어도
나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는 네게 내 마음만을 앞세워 붙잡을 수가 없어
그저 혹시라도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내 자신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