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믿는 것 같아서 써봅니다.
1 . '愛新覺羅 = 신라를 사랑하고 잊지 말라'는 뜻?
<이 동네에서 쓰는 '각라'는 '부족' 혹은 '겨레'라는 뜻으로 만주어로 '기오로(Gioro)'라고 읽는다. 즉, 애신각라는 만주어로 읽으면 아이신기오로가 된다. 게다가 이 동네에서는 아이신기오로 외에도 이르건기오로(伊爾根覺羅,이이근각라), 수수기오로(舒舒覺羅, 서서각라), 퉁얀기오로(通顏覺羅, 통안각라), 자무후기오로(嘉穆瑚覺羅,가목호각라), 실린기오로(西林覺羅, 서림각라) 등의 성씨가 존재했다.>
-엔하위키
즉, '애신각라'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만주어 겨레(기오르)을 한자로 음차한 '각라'입니다. 그리고 '애신각라' 이외에도 수많은 '각라'라는 성씨들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애신각라를 신라의 후손이라고 풀이한다면 이 수많은 각라들이 각기 다른 민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만주족이 한자를 사용한 방법 자체를 모르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만주족은 자신들의 언어를 한자로 표기 하면서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빌려서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한자는 표의문자입니다. 현대의 중국에서 외국식 이름을 한자로 쓸 때도 뜻을 잘 끼워 맞추면 좋은 이름이 되지만 그냥 발음만 빌려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에 록키와 닉 퓨리의 경우 중국에서 표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록키 洛基(루오지 luoji = 락기) 만약 이것을 억지로 풀이하면 ‘락강(洛河= 산서성에 흐르는 강의 이름)의 기초’라는 뜻이 됩니다. 풀이하기에 따라서 록키의 조상이 중국 산서성 사람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닉 퓨리 尼克 弗瑞 (니커 푸루이 nike furui = 니극 불서)이것 역시 억지로 번역하면 ‘비구니가 극복하는 것은 상서로운 것이 아니다(?)’ 라는 뜻이 됩니다. 졸지에 닉 퓨리 대장이 비구니로 성전환 되어버리는군요.
그리고 간단하게 생각해도 만약 '愛新覺羅 = 신라를 사랑하고 잊지 말라' 였다면 <애 '신라' 각> 이나 <애각(각애) '신라'>라고 해야지, 왜 <애 '신' 각 '라'>라고 하겠습니까?
2. 만주족의 시조는 신라의 왕자다?
- 기록도 증거도 없는 주장입니다. 다른 나라에 영웅이 나타나면 그들이 '우리민족의 후손'이라고 포장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인데요. 이와 비슷한 주장은 전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민담에 퍼져있는 '전쟁에서 진 장수 요시츠네가 몽골로 도망가서 징기스칸이 되었다.'라는 주장입니다. 황당한 주장이지만 한 때 일본에서는 이 주장이 진지하게 연구 되었다고 합니다.
3. 만주족의 김(금)씨는 신라 김씨의 후손이다?
- 이건 순전히 우연의 일치입니다. 한자 문화권이 이상 겹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요. 박씨 등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씨를 빼면 한국인의 성씨는 중국인의 성씨와 한자가 일치합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한국의 이씨, 장씨 등 대부분의 성씨는 전부 중국인들의 후손이 됩니다.
4. 그럼 이런 주장은 왜 생겨난 것일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식의 ‘기원(선조, 민족) 바꾸기’는 전세계적으로 민담 속에 흔하게 퍼져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애신각라’의 경우 청에 의해 조선이 짓밟혔던 우리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오랑캐라고만 생각했던 청에게 국토가 함락되자, 그 정신적 충격을 달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이런 설을 만들어서 퍼트렸던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