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89일을 맞이하는 12월 29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박현섭 학생과 2학년 9반 김초예 학생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7반 박현섭 학생입니다.
* 2학년 7반에는 박현섭 학생과 서현섭 학생 이렇게 "현섭이"가 두 명입니다. 오늘 12월 29일 생일은 박현섭 학생입니다.
현섭이는 누나가 하나 있는 두 남매의 막내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누나가 현섭이를 많이 돌봐주셨고 누나하고 굉장히 사이가 좋았다고 합니다. 집에서 현섭이는 "짱구는 못말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주인공과도 닮았다고 해서 가끔 "짱구"라고 불렸습니다. 현섭이는 착하고 순한 동생이었고, 치킨을 잘 먹고 축구나 농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현섭이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했고, 꿈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멋진 장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이미 직장생활을 하는 누나는 현섭이를 아주아주 귀여워해서 현섭이 옷이나 갖고 싶다는 게 있으면 모두 사주었고 앞으로 현섭이가 하고 싶다는 것이 있으면 누나가 할 수 있는 한 뒷받침해줄 생각이었습니다. 현섭이를 잃고 나서 누나는 힘이 없고 모든 일이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현섭이 아버님은 현섭이가 보고 싶을 때면 분향소에 오셔서 가족대기실에서 다른 가족분들과 함께 현섭이 이야기를 하십니다.
2학년 7반 기억교실에 있었던 박현섭 학생 책상입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9반 김초예 학생입니다.
초예는 여동생이 둘 있는 세 자매의 맏이입니다. 두 동생에게 초예는 엄마 같은 언니였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초예가 동생들의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공부도 돌봐주었습니다. 엄마하고는 장보러 갈 때도 같이 가고 산책도 같이 하는 친구 같은 딸이었습니다.
초예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좀 더 자라서는 취업을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진로를 정했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초예는 힘들고 아픈 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했던 착하고 밝은 아이였습니다.
기억교실 2학년 9반 앞문에 초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적혀 있습니다.
교실 앞문과 칠판 사이에 있는 게시판에도 초예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게 적혀 있습니다.
초예는 수학여행을 떠난 4월 15일 밤에 엄마랑 전화를 하며 일찍 자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초예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4월 16일 아침, 세월호가 침몰한다는 소식에 부모님은 애타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초예는 참사 열흘째인 4월 25일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세월호 가족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현섭이와 초예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멋진 장교가 되고 싶었던 현섭이,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착한 막둥이 현섭이와 동생들한테 엄마 같은 언니였던 초예, 간호사를 꿈꾸었던 초예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