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제는 내가 어린 손주를 업었을 때보다도 더 가벼워져서 더 가여운 우리 어머니. 젊은 날 그리도 당당하고 예쁘셨던 엄마, 홀홀 타버릴 것 같은 모습에 가슴이 아파.
엄마, 우리 5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자존심도 다 버리고 추운 겨울날, 손바닥이 갈라지고 손등이 터져도 리어카를 끌며 광화문 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지내셨잖아요. 뜨거운 여름날에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행상을 하며 우리를 키웠잖아요.
하루 종일 배를 곯았으면서 그 흔한 꽁치를 구워서는 자식들 입에만 넣어주셨어요. 그때 철없던 셋째놈이 “엄마는 왜 꽁치를 못 먹어?” 했었잖아요.
엄마, 내가 나쁜 놈이야. 치매 걸린 엄마를 간병 좀 한다고, 이깟 것 가지고 힘들다고 구시렁거리고 틈만 나면 “어여 그 강을 건너가세요. 아버지께 가세요.” 하니 말이야.
엄마가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 나를 힘들게 했던 어느 날 밤, 잠깐 정신이 돌아온 엄마가 늙은 아들 춥지 말라고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거려준 걸 알아요.
그런데 화장실이 급한 엄마가 나를 찾을 때, 이 아들놈은 뒤돌아 누워 못 들은 척하고 있었어. 자다가 일어나려니 어찌나 귀찮은지 엄마가 몇 번이나 소리를 질렀을 때 겨우 깨어나서는 “아이고, 내 팔자야. 내가 먼저 죽겠네.”라며 덩달아 소리쳤어. 정말 힘들고 화가 나서.
엄마는 밤새 잠 한숨 못 자면서 우리 5남매 기저귀를 다 갈아주며 키워주셨는데……. 나 정말 나쁜 아들놈이지.
엄마, 이제 엄마에게 신경질 그만 낼게요. 오늘은 엄마 젊었을 때 좋아하셨던 소고기야채수프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맛있게 드시니 내가 너무 좋아.
엄마, 너무 빨리 가지 마세요. 아들이 맛있는 요리 만들어 드릴 테니, 많이 드시고 추운 겨울도 잘 견디고 엄마가 내게 말씀하신 대로 99세의 그 어느 봄날에 예쁘게 가세요. 연애 시절에 아버지께 불러주신 ‘영춘화가 야들야들 핀 봄날’에 그리운 아버지 만나러 가세요.
엄마, 내일은 새우 요리를 할게요. 스태미너에 좋데. 그리고 국물 자작하게 소갈비찜도 만들 테니 밥에다 비벼서 많이 드세요.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
엄마, 엄마! 오래오래 살아야 해! 사랑해요, 엄마.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정성기 저) 中 '징글맘께 드리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