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데리고 온 책들....!!! 책게는 너무 고요하므로, 한번도 게시물을 올리진 않았는데.... 늘 마음에만 두고, 8000원이 아니라 12000원 양장이라 사지 않던 허연 시집이 너무 좋으므로 올려봅니다.!!!
책을 좀 사니 만물소유의 욕심이 줄고 행복합니다....❤️❤️
---------—----------------------------------------
허연- 내가 나비라는 생각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 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 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불온한 검은 피>>, 민음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