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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볼 똥 싸는 놈에게 위로 받은 이야기
게시물ID : poop_12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4
조회수 : 203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4/26 01: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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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월요일부터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녀석은 회사에서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술 한잔 마시자.." 라며 연락했고
나는 녀석의 말처럼 술을 함께 하자는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녀석과 묻지마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너 오늘 무슨 일 있었냐?"
 
"그냥 묻지 마라.."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좀 마시라고.."
 
그렇게 소주 2병을 넘어설 때 비로소 녀석은 내게 왜 오늘 술을 마시자고 했는지 말했다. 녀석이 오늘 회사 화장실에서 기분 좋게 거사를 마친 뒤
상쾌하게 뒤처리를 하려는데 휴지가 없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화장실을 갈 때 핸드폰을 들고 오는데 오늘따라 핸드폰도 가지고 가지 않았고
그런다고 차마 사무실 내에서 양말을 사용하거나 휴지통의 휴지를 재활용 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화장실에 누군가 들어오길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왔을 때 녀석은 자신은 애타게 옆 칸의 휴지를 지원 요청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이쪽 칸에 휴지가 다 떨어져서 그런데 옆 칸의 휴지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적막이 흘렀고 옆 칸의 문을 여는 소리가 난 뒤 밖에 있는 "그"가 대답했다.
 
"옆 칸에도 휴지가 없네만.. 그런데 자네 누군가?"
 
순간 친구의 머릿속이 싸늘해졌다고 한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전무님이었다고 한다. 전무님은 친구에게 "이 과장 잠시만 기다리게! 내 곧
구해주겠네.." 하시며 밖으로 나가셨고 잠시 후 같은 부서 대리가 물티슈를 건네줬다. 그리고 녀석이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  "과장님 휴지 없어서
 난감하셨겠네요." 라는 직원들의 걱정을 들었고 (전무님은 사무실에 큰소리로 이 과장이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서 지금 난감한 상황이니 어서
빨리 가서 도와주라며 지시했다고 한다.) 하루종일 그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아니 고작 그런 일 가지고 똥폼 잡고 자빠졌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최소 전무님과 동석한 차 안에서
똥 방귀 5연사 또는 강력하게 한 방에 설사를 지린 것을 기대했는데 고작 휴지 없는 상황을 겪은 녀석의 고민은 만수르가 고작 10만 원 잃어버렸다고
징징대는 것과 같이 느껴 졌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똥 때문에 겪었던 고난의 순간들이 주마등같이 스쳐 갔다.
 
"너 장인어른하고 단둘이 동승한 차 안에서 설사 폭탄 터뜨리거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공중 화장실에서 양말로는 부족해서
돈으로까지 닦아본 적 있어?"
 
"와 더러운 새끼.. 너 그런 적 있어?"
 
나는 녀석의 질문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술을 한 잔 마셨다. 녀석은 그리고 다시 내게 물었다.
 
"그런데 그 돈은 어떻게 했어?"
 
"뭐.. 버릴 수는 없잖아.."
 
"돈세탁했네..그런데 너 그거 말고도 더 있지? 있을 거 같은데.."
 
나는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셨다. 그리고 녀석에게 잠시 담배나 한 대 피우러 나가자고 했다. 우리 둘이 내뿜는 담배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어두운 봄의 저녁 한가운데 솟아오를 때 녀석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너 내 인생 최악의 똥질이 언제인 줄 알아? 대학 때 ** 선배가 소개팅해줬을 때 그 애랑 커피숍에서 둘이 말도 통하는 거 같고 분위기도 좋아서
같이 영화를 보러 갔거든 무려 첫 만남에.. 그런데 내가 긴장하면 꼭 똥질을 해.. 극장에서 신호가 오더라..일단 참았지..(영화도 재밌었고..)
그런데 자비심 없는 나의 대장은 이런 내 모습을 비웃듯이 서너 번 피식거렸고 극장 안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는 은은한 나만의 향으로
가득 찼어."
 
"뭐.. 극장에서 나도 방귀 뀌어본 적 있어. 민망하긴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내가 똥장군에 굴복하고 한 가운데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화장실로 급하게 향했지. 그때 어두운 극장
계단을 내려오면서 굴러 넘어졌고 사람들은 잘생긴 키아누 리브스보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주목했어. 그리고 난 나를 쳐다보는
그들을 또 한 번 "피식~" 비웃으며 화장실로 향했고 내가 똥르가즘을 느끼고 부르르 떨며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내 옆자리의 그녀는 없었지..
나도 극장을 뛰쳐나가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없었어. 그 뒤로 연락이 끊겼지..전화해도 안 받았어"
 
"그건.. 단지 방귀나 똥 때문은 아닐 거야. 네가 못생겨서 그럴 거야."
 
"그러겠지? 설마 극장에서 방귀 뀌고 똥 쌌다고 나가지는 않았을 거야.."
 
그 이후 술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신 것은 나였고, 그런 나를 위로해준 것은 친구 녀석이었다.
 
"우리 술 이야기 그만하고 똥이나 먹자.."
출처 지금도 콘스탄틴을 보면 코를 막고 영화를 보던 그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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