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시절 주공 아파트에 살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 주공 아파트는 사정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 사는 영세민 영구 임대 아파트였고 독신, 신혼 부부, 3,4 인 가족 노인부부, 장애인 등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초딩시절 나와 친구 셋은 끝없는 초딩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 해 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말이 아침이지 계획으로는 새벽이 맞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겁대가리 없고 부잡스러운 애새끼들이었다.
우리 넷은 모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넷 다 다른 동에 살았다. 우선 2동에 사는 친구를 A라 칭하겠다 A가 3시에 일어나 3동에 사는 B를 깨우러 간다. A와 B가 5동에 사는 나를 깨우러 오고 나와 A,B는 6동에 사는 친구 C를 깨우러 가서 6동 바로 옆에 있는 우리가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서 6시까지 뭐든 운동을 하자는게 계획이었다.
참고로 4동과 6동은 다른 동들보다 아주 조금 넓었는데 그 이유가 4동과 6동은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분들과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이었다.
계획대로 3시 반쯤 A와B가 나를 깨우러 왔고 40분경 6동 입구에 도착했다. 그 때 친구 A가 경비실 앞에 놓인 의자를 힐끔 힐끔 쳐다보면서 나와 B를 툭툭 건드렸다.
나와 B가 녀석을 쳐다보니 녀석이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A- 저기 의자에 앉아 계신 할머니가 무서운 얼굴 하시고 우리 쳐다봐
나와 B는 이새끼가 잠이 달깼나 하고 의자를 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낄낄 대면서 말했다
나- ㅋㅋㅋㅋ 장난을 하려면 좀 그럴듯 하게 쳐 ㅋㅋㅋ B- 아직 자고 있는거 아냐? ㅋㅋㅋㅋ 있긴 뭐가 있어 ㅋㅋㅋ A- 조용해 미친것들아 할머니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래 나- ㅋㅋㅋㅋㅋㅋㅋㅋ B- ㅋㅋㅋㅋ 야 다시 봐봐 계시냐? 어? ㅋㅋㅋㅋ
A는 의자를 다시 보고는 말했다.
A- 야 장난하지마라 아직도 보고 계신데 이새끼들아 우리 떠들어서 화나신거 같으니까 조용히 올라가자
나와 B는 안먹히면 그냥 끝내지 끈질기다고 낄낄 대며 A를 놀리면서 올라갔다.
C의 집이 있는 3층에 도착했고 A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계속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우리에게 물었다.
A- 장난하지 말고 진짜 할머니 표정 봤잖아. 나 쫌 무섭다고...
그때쯤 B도 A가 장난이 아니라는걸 알았는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A는 계속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나는 친구C를 깨웠다.
당시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는 복도식이라 여러 집이 복도를 따라 쭉 있었고 두개의 집씩 현관문이 붙어 있고 양쪽 집 작은 방 창문이 복도에 나있었다.
나는 친구를 한참 불렀고 C가겨우 대답하고 간단히 옷을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A- 으....으아아아아아아악!!!!!!!
A가 비명을 지르고는 건물 끝에 있는 비상구 계단을 향해 뛰었고 언제부턴가 겁을 먹고 있었던 B도 놀라서 같이 뛰기 시작 했다. 나는 벙쪘고 C도 쫒아갔다.
C- 다들 자는 시간이야 조용해 미친 새끼들아!!!!!
A와 B는 미친듯이 학교를 향해 뛰었고 나와 C는 천천히 뛰면서 쫒아갔다.
나- 아... 너 나오면서부터 운동 시작이었나보다. C- 그럼 조용히 뛰면 되지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
나와 C가 운동장에 도착 했을 때 B는 놀랐다고 헉헉 대며 A에게 욕을 하고 있었고 A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B의 찰진 욕을 들으며 나와C는 A를 보고 있었고 A는 수 분이 지난 후에 말을 하기 시작 했다.
A- 진짜 이상해.... 아까 할머니도 그렇고 진짜 앉아서 우리 노려 보고 계셨단 말야. 그리고 네가 C깨울 때 기분이 이상해서 뒤를 봣는데 C옆집 창문에서 식칼을 든 손이 쑥 나왓어 ㅠㅠ
나- 진짜 아직 꿈꾸냐? 잘못 본거 아녀? A- 아 진짜라고 금수 같은 새끼야 C- 그럼 강돈가? 신고 해야 하는거 아니냐? A- 아니 그게 사람손 같이 생겼는데 딱 봐도 사람손이 아냐 빨갛고 손톱 길고 피부가 벗겨진거 같은 괴물 손 같았어....
괴물 손 같았다는 말에 나와 C는 A를 무시하고 서로 축구공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 B도 끼었다.
C-A야 진짜고 나발이고 일단 무서우면 우리랑 같이 있는게 낫지 않냐? 너 혼자 그러고 있다가 또 뭐 보고 소리 지르지 말고 공이나 차
어쩔 수 없이 우리 옆에 붙어있던 A도 조금씩 공을 차다가 날이 밝아오니 무서움이 가신 듯 했다.
6시 쯤 우리는 각자 집으로 해어졌고 나는 집에 가서 씻고 아침을 먹은 후에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잠을 못자서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누가 날 흔들어 깨우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A와 B였다. B- 야 6동에 사람 죽었나 보더라? 나- 응? 뭔소리야? B- 그 사람 죽으면 장례식 한다고 주차장에 흰색 큰 천막 몇개 세우고 그러잖아 그거 있더라고 나- 아 그래? 근데 그게 왜 원래 4동 6동은 할매 할배들 많이 사시고 아픈 사람들 많이 살아서 자주 하잖아 A- 그게 중요 한게 아니고 B랑 학교 오면서 그 앞을 지나가는데 안에서 사람이 나오면서 천막 입구에 발을 들추면서 나오는 순간 우연히 돌아가신 분 사진을 봣는데 나- 영정사진? A- 그래 그 사진 새끼야 쓸데없이 말 끊고 있어 암튼 그 사진을 봤는데 새벽에 우리 노려봤던 그 할머니였어
나는 뭔 소린가 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전문 장례식장이 없었기 때문에 가족 중 한분이 돌아가시면 보통 집에서 장례를 치렀었고 아파트 같은 경우는 주차장에서 많이 했었다. 심지어 시신도 발인까지 집에 모셔두는 집도 있었다. 어쨌든...)
나- 이새끼 뭐라는 거냐? B- 그러니까 새벽에 A가 본 할머니가 진짜 귀신? 나- 잘못 본거 아녀? 너 그 할머니 얼굴이 기억 나냐? 계속 장난질 하는건가? A- 아니라고!!! 내가 똑똑히 봤다고!!!
셋이서 그렇게 떠들고 있었는데 C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 왔냐? A이거 아직도 이상한 소리 한다. C- 오늘 새벽에 우리 옆집에 혼자 사시던 할머니 돌아가셨다더라. 나,A,B-...... C- 오늘 아침에 할머니 자식들이 와서 울고 난리더라고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돌아가셨데. 나- 그럼 주차장에 그 천막... C- 어 그렇지.... A- 봐 이새끼들아 내가 한 말 이제 믿냐?
나와 B,C는 A를 한동안 말 없이 쳐다봤다.
B- 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지금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 괜찮냐? 지금 너만 본거 아냐? 왜 너한테만 보이냐? 너 그 할머니한테 뭐 잘못한거 있냐? ㅡㅡ;;;; A-아니... 나 그 할머니 처음 봤어...
A는 한참을 조용하더니 울듯헌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A에게 물어보니 그냥 어려서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가 본것은 맹세코 사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A가 봣다던 그 할머니 집 창문에서 나왔다던 식칼을 쥔 괴물손 같은 그것은 우리 모두 의미도 정체도 모른다.
왜 A에게만 할머니가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초딩시절 어느날 새벽에 있었던 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 별거 없는 내용입니다. 중학교 가기전 한 친구는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고 한 친구는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가고 다른 친구는 중학교가 달라져 연락이 끊기고 지금은 당시 같이 있었던 친구들이랑 연락이 끊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