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메모리 정리하다가 꽃사진들을 보고 올립니다.
봄에 친구가 이 곳에서 공무원 시험을 보았습니다.
번번이 시험에 떨어져 슬럼프에 빠진 친구를 위해 시험장에 몰래 찾아가
밥을 먹여서 보냈었지요.
초중고 친구였는데 이 아이는 그림을 무척 잘 그렸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늘 화가가 될 거라고 말하던 친구였는데
이젠 공무원을 지망하게 된 내 친구.
"안정적이잖아...주변에서도 공무원이 제일 낫다고 하고..."
시험 끝나기 오분전쯤 까지 경비원분들과 경찰들이 문 앞을 지키고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원예고 정문 앞에서 수능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마냥 친구를 기다렸어요.
마치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몇몇 사람들이 교정에 들어가기에 저도 뒤따라 들어가보았는데
그날 저는 굉장히 기분좋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눈 앞에 가득 펼쳐진 화려한 꽃과 나무들...
철통경비...전 수시로 대학에 가느라 수능을 보지도 않았고 공무원이 될 생각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낯선 시험장 풍경이었네요.
세상에...이렇게 아름다운 학교 정원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왜 우리나라에는 우격다짐으로 인문고에 아이들을 욱여넣는지 모르겠단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꿈이 있고 수많은 직업이 있고 수많은 기술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조건 교과서 달달 외우기를 제일로 꼽잖아요.
인문계가 아니면 무시하고, 명문대가 아니면 무시하고, 기술을 배운다고 하면 무시하고.
실업계 다니거나 체육하는 애들은 덮어놓고 양아치 취급에 악기 전공이나 그림 그리는 애들한테는 머리 비었다고 무시하고...
어디서부터 그런 편견이 시작된 걸까요.
정말 바뀌어야 합니다.
정원 가득 잘 손질된 식물들을 보며 한국에 이런 학교가 다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학교에서,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나온 축 처진 어깨들을 마주하며
아이러니함을 느꼈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