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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경기중 급유 금지 조항이 생긴 직접적인 계기 - 크래쉬게이트
게시물ID : car_905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ooooooonha
추천 : 11
조회수 : 3823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12/21 14:20:36
경기중 급유 규정은 생겼다 없어졌다 했었는데, 사실 경기중 급유는 이점이 없었던건 아닙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급유까지 4~5초에 끝내는 핏스탑도 볼거리였고, F1팀에 스폰서를 넣는 석유회사들 입장에서도 좋았죠. 차량이 연료무게만큼 가벼워지는점도 있었고... 

문제는 급유기 이거 갖고다니는것도 돈이라... 스몰팀들은 돈 많이든다고 난리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거 빼곤 주유를 금지해야 할 명백한 명분은 없었죠.



470px-Singapore_street_circuit_v2.jpg



때는 2008년.
뜨거운 늦가을에 싱가폴 마리나베이에서 첫 그랑프리가 열립니다.
마리나베이는 5.065km로 반시계방향 서킷입니다. 61랩을 돌아서 약 309km를 달리죠. (*하지만 2시간 룰때문에 61랩을 채 못돌고 끝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모나코를 제외하고 가장 느린 서킷이라..)

여기에서 당시 배경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 그 당시엔 세이프티카가 나오면 핏레인에 못들어간다는 규정이 있었다는 점.
- 당시 타이어는 맨날 지우개소리 듣는 피렐리와는 비교할수 없는 내구성을 자랑하는 브릿지스톤. 어지간하면 핏스탑을 한번만 해도 됨. 

그럼 만약에 타이어 교체를 하고 나서 세이프티카가 무조건 나올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세이프티카가 나오면 차간 간격은 무조건 줄어들고, 세이프티카가 들어가면 타이어를 방금 바꾼 쌩쌩한 드라이버가 유리하겠죠. 그리고 다들 타이어는 어차피 한번씩 갈아야 하니 핏스탑을 안한 드라이버가 앞에 있다면 그 드라이버는 어차피 핏스탑을 해야하니 그 자리도 무조건 내꺼!! 라는 계획이 성립 가능합니다.
그리고 싱가폴 마리나베이의 17-18, 21-22는 바다를 바라보는 그랜드스탠드 구간입니다. 여기서 사고가 나면 차를 빼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렉카차같은 차를 이동시킬 장비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당시 르노팀의 수장인 브리아토레와 팻 시몬즈는 팀이 1승도 하지 못해서 몸이 달아있는 상태였고, 르노팀은 이 계획을 실행시킵니다. 
페르난도 알론소한테 12랩에 핏레인에 들어옵니다.
사실 앞쪽에서 출발하는 드라이버들은 대체적으로 기름을 적게 넣고 출발(=스타트시 경쟁때문)한 다음에 약간 이르게 핏스탑하고, 뒷쪽에서 출발하는 드라이버들은 대체로 기름을 거의 만땅 채우고 후반에 핏스탑하기 때문에 알론소 쟤 왜저래? 라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넬슨 피케 주니어가 13랩에 고의로 사고를 냅니다.  (*위 하이라이트영상에서 27초)



사고때문에 세이프티카가 발령됐고, 상당수의 드라이버들은 어차피 15랩쯤에 타이어교체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핏레인이 닫히기 전에 황급하게 피트로 들어옵니다. 그 와중에 마사는 재급유까지 받아서 경기 끝까지 갈 생각이었죠.
근데 급유 노즐이... 으아니차 왜 안빠져! 하는 순간 마사는 스로틀을 밟아버립니다. 호스는 빠지고 피트는 기름으로 난장판이 되죠. 

이게 그 유명한 아나콘다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여파는 이랬습니다.


- 재급유=위험하다 라는 공식이 생겼고, 결국 재급유 규정이 사라집니다. 
- 마사는 챔피언을 노리고 있었는데, 아나콘다 사건으로 인해 싱가폴그랑프리에서 1점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단 1점차로 해밀튼에게 챔피언을 뺏깁니다. 이것도 비오는 그랑프리의 마지막랩에 해밀튼이 두어명을 추월하면서 얻은 점수였죠 . 마사가 들어올때까진 마사가 챔피언인줄 알고 페라리 팀 전체가 난리를 치는데 불과 1분만에 챔피언을 뺏기게 됩니다. 벙찐 페라리 팀, 마사의 가족의 표정과  니콜 셰르징거가 엄청나게 환호하면서 팔짝팔짝 뛰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마사는 결국 챔피언을 한번도 하지 못하고 은퇴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없었다면 해밀튼은 2년연속 2위를 하고 마사가 챔피언이 됐을텐데요.
- 당시 고의로 사고를 낸 넬슨 피케 주니어는 나스카로 떠났고, 현재는 포뮬러E에서 뛰고 있습니다.
- 이 사건은 이듬해인 2009년에 알려졌는데, 당시 르노팀의 메인스폰서는 보험사인 ING였습니다. 그런데 ING측에서 '금융은 신뢰가 생명인데, 승부조작이나 하는 팀의 스폰서를 할순 없다' 라며 시즌 중간에 스폰서 철수를 해버립니다. 덩달아서 르노도 엔진공급만 하고 팀을 철수했죠. 그 철수한 팀이 로터스가 됐고 그 로터스팀을 르노가 다시 사들여서 올해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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