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람이라고 하면 극히 진보적인 성향이라는 이미지가 있지요.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 뿐만 아니라 학교 보건 선생님 까지도 다 5.18 현장에 있었고 또 많은 동료를 잃었던 분들이셨으니까요. 당시 5.18을 일으켰던 주범과 한 핏줄인 당을 지지할 리가 없지요.
그러나 전 어떤 정치적인 이슈를 볼 때 일부러 진보적인 사고를 한다거나 진보적인 정치 인사의 편을 들진 않습니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서로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을 위함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 정의와 자유야 말로 어르신들이 우리를 의해 지켜주고 싶었던 진정한 가치라 믿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국민이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충분히 혁명이라고도 불릴만 한 업적 이룬 것은 광주 출신인 저에겐 매운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권 교체가 유력해지고 차기 대선이 다가올 수록 보수쪽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에서까지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떠오르기 시작하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글들을 보니 참 슬픕니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나갔던 것은 우리의 정의가 국가의 정의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될 수 있기 위함이었지만, 승리를 쟁취한 뒤 무너지기 시작하는 정의가 보입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참 눈물나는 슬로건입니다. 우리는 과연 아픔을 딛고 성숙해졌을까요?
요즘은 가끔 오유를 하다가도 페이스북을 하다가도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익명성 때문일지 아니면 악의가 있는 건지 너무도 쉽게 남을 평가하고 비난합니다. 야당의원이든 여당 의원이든 하물며 의원들의 지지자들 까지도요. 과연 정말 제대로 알아보고 그런 글들을 쓰시는 건지. 저는 어떤 사건에 의문이나 비판점이 생기면 관련된 기사나 정보들을 읽고 비판이나 평가를 시작합니다. 하물며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도 단순히 박근혜를 박근혜라서 싫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왜냐면 단순히 나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위 슬로건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청문회 일명 박뿜계 사건 때 저는 개인 적으로 그렇게 신성한 자리에서 웃는다는 것이 이해되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이유도 위증을 반복하는 뻔뻔한 증인의 작태가 아닌 장의원이 왜 본인이 위원장을 할 때만 이의를 제기하는지 혼자 할 수 있으면서 왜 자신한테 제지를 요구하는지 였죠. 증인이 웃겨서가 아닌 장의원이 웃겨서 였습니다. 장의원 입장에선 이미 증거가 있는 상태에서 1초가 남은 상황까지 거짓말만 하는 뻔뻔한 증인의 모습에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론은 장의원을 그런 거 하나 이해 못하는 소인배로 만들고 유모차 어머니들한테 사과는 했냐 하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장의원은 이미 유모차 어머니들께 공개적인 사과를 했고 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박범계의원 역시 무고한 장애인 3명을 살인마로 몰아가 17년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판사였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을 뿐더러 비공식적이고 본인이 썼는지도 알 수 없는 사과문 내용조차 본인은 주심이 아닌 부심이었기 때문에 사건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구차한 변명이었습니다. 제 말의 취지는 장제원이 착하다 박범계가 나쁘다 이 말이 아닙니다. 단지 그 상황에서 정의로워야 할 국민과 여론의 판단이 그 사람의 소속당에 의해서 또는 그 사람이 친한 정계인사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있었던 일명 반문연대 사건에서도 이재명 시장의 인터뷰 전문을 보면 분명히 문재인은 1등이니 나머지 우리가 힘을 합쳐서 잘 하자 축구를 할 때도 팀이 잘해야지 1등만 잘하면 결국 지지 않느냐 라고 말합니다. 누가 들어도 이 말 속에는 당의 승리라는 명분이 담겨있었지만 안희정 지사는 이 인터뷰에 대해 명분 없는 연합은 할 수 없다고 말했지요. 누가 나쁘고 누가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안희정지사가 정통 친노 인사여서 이재명은 과거 정동영이랑 같이 해서라는 프레임을 벗기고도 과연 같은 여론이 형성될까요.
제가 이재명 시장 글을 올린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론은 이재명 시장을 뭘 해도 '그래 진보여서 좋긴한데 그래도 박스떼기 사건도 있고 원래 정동영이랑 친했잖아'라는 전에 없던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습니다. 박스떼기 사건...당시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관례를 이용해 이미 정해진 결과에 먹칠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당시 노무현은 그럼 딱지떼기냐고도 했었고 한명숙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공식적으로 취소했죠.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도 없고요. 단지 의혹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정치적인 싸움에서 이 것은 하나의 헤프닝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2014년에는 한명숙 전총리는 정동영과 함께 성남시까지 찾아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재명 시장의 지지를 호소했지요.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법입니다. 또 티끌하나 없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누구를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위 모든 사건에서 장제원은 장제원대로 박범계는 박범계대로 또 안희정은 안희정 대로 또 이재명은 이재명대로의 각자의 입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를 비난하기 보단 이해하고 싶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저도 광주 사람이라지만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에게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 하라면 꽤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저만을 위해 사시는 부모님에게도 실망할 때가 있는데 대통령한테 실망할 일이 없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국회의원한테 실망할 일이 없을까요. 실망하되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그 사람의 진심을 보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