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80일을 맞이하는 12월 20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의 생일입니다.
권순범 학생입니다.
순범이는 누나가 둘 있는 세 남매의 막내입니다. 누나들하고 커서 그런지 순범이는 섬세하고 자상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시면 순범이가 청소도 해 놓고 빨래도 다 해 놓고 엄마 드시라고 밥도 차려놓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순범이의 꿈은 모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누나들도 그렇지만 순범이도 피부가 하얗고 키가 182센티미터나 되는 날렵한 체형이라 어렸을 때 이웃 분이 "순범이는 커서 모델하면 좋겠네!"라고 말씀하신 걸 듣고 순범이는 그 때부터 장래희망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헬스장을 다니거나 학원에 다니면 돈이 많이 드니까, 순범이는 집에서 음료수 병에 물을 채워서 운동기구를 스스로 만들어 방에 두고 "몸짱"이 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순범이가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던 운동기구는 아직도 순범이 방에서 돌아오지 않는 순범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학년 6반 기억교실에 있었던 순범이 책상입니다. 단원고 교실이송식 전날까지도 순범이 어머님은 다른 여러 세월호 가족분들처럼 기억교실 이송에 반대하셔서 순범이 책상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장되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순범이는 엄마하고 생일이 같습니다. 그래서 매년 12월 20일이 되면 엄마하고 순범이하고 둘이 같이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그러나 순범이를 잃고 나서 어머니는 세월호 진실규명 활동에 나서서 국회, 광화문, 청운동에서 농성하시고 도보행진하시고 서명도 받으시고 추모제에도 전부 참석하시고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단원고 기억교실에서 6반 순범이 자리에 앉아 책상을 정리하며 순범이를 그리워하셨습니다.
2학년 6반 교실 앞문 옆에 있던 작은 칠판에 "보고싶다 순범아 사랑해"라고 적혀 있습니다.
순범이는 어린이날인 5월 5일 "261번"이라는 번호를 달고 어머니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순범이 어머님은 세월호 관련된 모든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시기 때문에 굉장히 자주 뵈었습니다. 지난 12월 9일, 국회 앞에서 처음으로 순범이 어머님께서 활짝 웃으시는 걸 보았습니다. 이제까지 특별법 시행령 반대 농성이나 단식, 삭발하시는 모습, 침통하신 표정, 분노하시는 표정, 그리고 가슴 찢어지게 울고 계시는 모습, 통곡하시는 모습만 자주 보았는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은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세월호 가족분들께 마음을 직접 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순범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자상하고 다정했던 순범이, 모델을 꿈꾸었던 아름다운 순범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