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미리 밝힙니다.
제가 주장하려는 것은 식민사관에 입각한 조선 패망론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식민사관을 피하려다 보니 우리의 역사 교육이 '자부심'에만 초점이 맞춰져있고
그것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에 관한 글들을 보면 마치 한민족의 국가가 세계 제일의 문명 국가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글들에는 언제나 가장 좋은 점, 최초, 초고의 기록만 찾아서 열거해 놨기 때문이죠.
하지만 역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점만 찾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그리고 그 잘못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봐야 합니다.
우선 우리는 조선이 비슷한 시기 중국,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얼마나 낙후된 나라였는지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500년 동안 조선은 중국에만 편중된 외교를 펼쳐서 국제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진 국가가 되었습니다.
쇄국 정책을 공식적으로 펼친 적은 없었지만 조선의 외교가 중국과 일본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문명의 발전도 느렸습니다.
거기다 명이 망하고 청이 들어서자 그 정도는 더 심해집니다.
조선이 오랑캐의 나라라고 불렀던 청나라는 저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습니다.
비록 후기에 폐쇄적인 국가 정책을 펼치며 빠르게 몰락했지만 18세기까지 분명 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족 중심의 중화사상에 빠져있었던 조선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청의 문명을 받아 들이기를 거부합니다.
그 결과 조선은 오로지 자신을이 가지고 있는 문명을 발전없이 되풀이 하게 되었고
결국 유학 중에서도 주자학만 공부하는 기형적인 문명을 가지게 됩니다.
어느 기록에 보면 청의 사신들이 유학에 관련된 최신 학풍과 학자를 소개하자 조선의 학자들은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자랑하자 청의 사신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님들, 그거 이미 우리 동네에서는 몇백년 전에 유행 지나갔음'
하지만 조선의 학자들은 이 말을 듣고도
'저 무식한 오랭캐 놈들은 이단 학풍만 공부한다. 그래서 우리의 학문적 성과를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자뻑했다고 합니다.
그럼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가 더 나았느냐... 저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분명 우리에게서 많은 문명을 배워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세상과 교류하지 않고 고립되어갈 때 일본은 서방의 여러 나라들과 거래하며 빠른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15세기에 이미 일본은 개항을 한 국제 무역국가였고 막대한 부를 쌓아갔습니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킬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막대한 재정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진 왜란이 끝났을 때 일본의 경제는 큰 탈이 없었지만 조선의 경제는 몇백년 동안 원상 복귀가 안 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결과 조선의 문명 발전은 더 뒤떨어 지게 되었지요.
그러던 중 찾아온 것이 바로 강제 개항이고 식민지로의 전락입니다.
즉,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개항 전후의 불과 몇십년의 판단착오 때문이 아니라
수백년 동안 고립되고 낙후된 결과인 겁니다.
조선은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였습다.
조선의 문명도 같은 시기 주변 국가와 비교했을 때 결고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유학에만 미친 양반들은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외면하면서 고립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붕당정치로 인한 왕권의 약화는 백생들의 평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반들의 권력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조선이 500년이나 간 것은 결코 위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선이 500년이나 간 것이 큰 문제였던 것입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과거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