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내리는 결정(죤 롤스)" - 현대 부패방지의 최대 화두는 '이익 충돌의 회피' --- 즉, 모든 법과 규정, 원칙 혹은 정책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자는 그로 인해 (가족이나 지인 등 관련있는 제3자가 이익을 얻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 이익을 얻어서는 안됩니다.
현재 20대 국회는 '대통령중심제'하에서 행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입법과 행정부 감시 및 견제 기능만을 수행한다는 조건과 인식 하에(그래서 출마와 투표 등 그 과정에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덜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주도해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하고, 자신들이 의원내각, 총리대신 등의 지위를 차지해 처음 선출될 때 예상됐던 것과 다른 권력을 쥐게 된다면 심각한 국민주권 원칙 위배, 대의 민주주의 본질 훼손, 실질적 쿠데타 등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특히, 지금 개헌을 말하는 자들 중 다수는 그동안 줄곧 '국회가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박근혜 (직무정지 된)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고 국회의원들과 정당 및 국회 자체의 국정 수행 능력과 책임성을 원천적으로 부정 부인했던 자들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당연히 문제죠. 하지만 이 문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독재 대통령'에게 주로 그리고 가장 현격하게 나타났던 문제입니다.
특히,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오히려 '너무나도 무능하고 무력한 대통령' 입니다. 사익과 공익을 구분하지 못하고, 공권력과 사적 인간관계를 혼동하며, 국가원수 행정수반으로서의 직무와 인간적 신뢰관계를 뒤섞은 상상불허의 만화적 인물이죠.
이 말도 안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부역하며 공천이나 인사, 예산 등 사익을 챙긴 친박 (혹은 일부 비박) 새누리 의원들이 문제의 본질을 '대통령제'로 전환하고 호도하는 언행에 분노합니다.
개헌 논의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오늘 다시 출범한 국회 개헌특위 역시 장기간에 걸친 (지금 목전의 탄핵과 뒤이은 선거 등 긴급한 정치일정과는 무관한) 연구와 논의의 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7년 군사독재를 끝장내며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하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의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개정된 헌법. 소위 '87년 체제'가 이제 30년이 되었고, 그간의 사회 변화와 당시에 미뤄뒀던 과제를 담아 헌법개정을 하자는 것이 그동안의 개헌 필요성에 대한 주요 논거였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사'라는 특정 직책에게만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김기춘 독소 조항'의 폐기도 과제죠.
하지만, 그 개헌 논의 및 결정의 과실은 그 과정에 참가했던 자들이 향유해서는 안됩니다. 20대 국회에서 개헌을 한다면, 그 적용은 (단지 제19대 대통령 만이 아닌) 제21대 국회로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께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 다음 국회의원총선에서는 결코 재벌과 야합하거나, 로비 입법을 하거나, 폐쇄적 소집단 패권을 추구하거나, 막강해진 행정 참여권을 악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리사욕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철저히 걸러낼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동안 정치를 외면해 오셨던, 하지만 기존 정치인들보다 훨신 더 깨끗하고 성실하고 민주적이며 소통에 능해 지역이나 직능을 자랑스럽게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이 후보로 나서주셔야 하구요.
지금 당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입니다. 특히 친박 등 전현직 국회의원 중 연루자 가담자 부역자들도 밝혀내야 하고, 엘시티 등 최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정치-산업 유착 비리 연루 정치인들의 실체도 다 밝혀져야 합니다.
김무성 전 대표가 폭로한 "새누리당의 재산은 모두 전두환 시절부터 재벌 등에게서 뜯어낸 것"이라는 증언에 대한 수사 역시 이루어져야 하고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죄 지은자들이 '제도 탓'하며 진상규명과 처벌을 피해갈 수 있도록 방조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우선, 진상규명과 처벌이 우선이고 급선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