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게시판이 생겼네요. 맨날 눈팅족이었는데..게시판 생긴김에 글 한번 써봅니다.
한국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 전자회사 때려치우고 독일로 나온지 반년차입니다. 참고로 공돌이 엔지니어 입니다.
수많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야했지만, 그래도 야근수당, 주말근무수당, 연차, 고과.. 챙겨줄건 다 챙겨주던 괜찮은 회사였습니다.
그치만 매니저나 임원들을 보면,, 아..내가 여기서 십수년 잘 해도 저렇게 살게되는구나..하는 생각과
아기가 태어나고 나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ㅎㅎ
국내 회사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 더 나을게 없어보여서 외국 회사로 알아보던 중, 미국회사 한군데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치만 미국 취업 비자 받기 (H-1B)가 쉬운일이 아니라,,업무 적응 겸, 파견 비자 (L1)도 같이 준비할 겸,
미국 회사의 독일 지사에 나와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올해 취업비자는 떨어졌고, 덕분에 독일에서 7개월 정도 더 머무르게 되었네요.
독일에 산지 이제 겨우 반년차이지만, 여러가지 장단점들을 느낍니다. 독일 취업이민 생각하시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이것 저것 적어봅니다.
우선 비자 - 미국에 비하면 합리적입니다. 나를 고용하겠다라는 회사가 있다는게 증명이 되면 (계약서)
사실 독일 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을 고용해야 하는 적당한 사유는 있어야겠죠.
뭐..이 사람이 특별해서 뽑는다..자기 소개서에 뻥튀기 하는 수준으로 쓰면 왠만하면 됩니다.
회사 생활 - 하..여기와서 가장 좋은 점입니다.
일단 야근, 주말근무...그런건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업무 특성상 주말 당직이 있는 경우도 있겠으나,
보통 주말 수당 + 평일 휴가를 주고, 주당 근무 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뭐 일하다 보면 40시간 좀 넘어가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는데, 그만큼 나중에 휴가로 소진시킵니다. (본인 연월차가 아닌 추가 휴가)
이 나라 노동법이나 정서상,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생각하기 힘들죠.
제가 있는 회사 같은 경우, 출퇴근 시간도 없습니다. 각자 업무에 따라 알아서 오고, 알아서 갑니다.
누가 언제 오고 언제 가는지, 몇시간 일하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self check입니다.
self check로 주당 평균 40시간에 맞추라는 guide 만 있을 뿐이지요.
대신..일할때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합니다. 딴 짓도 잡담도 티타임도 거의 안하고,, 묵묵히 일만하다 시간되면 갑니다.
보통 9시에서 3시 정도까지는 그래도 보통은 회사에 붙어있고, 거기에 알아서 1~2시간 정도 더해서 하루 8시간 정도 근무합니다.
월화수목 9시간 일하고, 금요일은 오전근무만 하는 경우도 많죠.
고과나 경쟁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어서, 일부 탑 매니저급이 아니라면, 사실 스트레스도 별로 안받는듯 합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사람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를 비난하지 않고, 어떻게하면 시스템으로 실수를 막을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시스템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라고 느껴질때도 있지만, 그만큼 체계적이기도 합니다. 독일스럽지요.
휴가 - 한국은 보통 입사 첫해 휴가가 거의 없습니다. 보통 다음해 휴가를 일부 당겨 쓰지요.
그래서 2년차때도 제대로 휴가를 못받고, 잘 관리하면 3년차 정도 부터는 휴가가 제대로 나옵니다. (나온다고 다 쓸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요)
여긴...오자마자 1년 25일 휴가가 나오는군요. 2년마다 1일씩 추가되어 최대 30일까지.. 주 5일 근무니, 5주를 쉴 수 있습니다.
그리고..앞서 말했듯이 초과근무시간이 찔끔찔끔 모이다 보면 추가 휴가가 생기기도 합니다.
2달간 하루 9시간씩 근무를 하면 대략 40시간 정도 추가 근무가 생기니, 5일정도 휴가가 생깁니다.
그렇게 원래 자기 휴가 + 적립 휴가 해서 1~2달씩 휴가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여기선 당연한 일이니 눈치주는 사람도 없지요.
생활 - 세금은 한국보다 좀 높습니다. 미혼인 경우라면 매우 높습니다.ㅋㅋㅋ 싱글세..?
기혼에 외벌이인 경우라면 한국보다 아주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싱글이라면 실수령액 기준 15%정도 더 줄어드는듯합니다..
기혼 맞벌이라면, 뭐..싱글과 비슷한듯 하지만, 소득이 높은 쪽에 낮은 세율을 적용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치만 그만한 복지가 있죠..의료비, 교육비 전액 무료,, 여러가지 육아수당 및 지원제도들..
그 덕분인지 유럽이 출산율이 낮다고 하는데, 여기는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2~3명씩 있는 경우도 흔히 보이구요.
그리고,,일반 생필품의 물가가 매우 저렴합니다...처음 마트, 그리고 백화점에 갔을땐..충격이었습니다.ㅋㅋ 거의 반값? 정도로 느껴집니다.
더 많은 장점들이 있겠지만, 대충 생각나는데로 적은겁니다.. 단점? 물론 많습니다.
날씨 - 정말 오락가락,,일교차 장난아닙니다. 전날은 30도 후반인데, 밤에 비오고 다음날은 20도가 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기를 달고 삽니다.ㅋ
병원 - 공짜지만 예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지요.
차별? - 일부 나치? 사상을 가진 애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건 없습니다. 다만 동양인을 낮설게 쳐다보는 시선은 어쩔수 없습니다.
서양인을 쳐다보는 우리와 별반 다를건 없겠죠.
음식 - 하..독일음식-_-;; 뭐..맥주가 발달한 나라인 만큼, 맥주 안주로는 괜찮습니다. 그치만 삼시세끼 먹기는 좀 그렇죠--;
이제는 적응한듯 하지만, 짜고..대체로 맛없습니다.ㅋㅋ 그냥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아시안 레스토랑을 주로 가게되죠.
관공서 및 은행 - 한국처럼 빨리 빨리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예약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고,,보통 그자리에서 다 되는게 아니고
몇일뒤에 결과가 우편으로 날라오죠..ㅎㅎ 한국사람 성격으로는 속터집니다.ㅎㅎ
주말 -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습니다. 토요일은 왠만큼 열지만, 일요일은 거의 닫죠..그리고 평일에도 6시~8시면 대부분 닫죠.
레스토랑들만 밤이나 주말에 간간히 문을 엽니다. 그래서 주말에..특히 일요일엔 관광지 제외하면 대부분 썰렁합니다.
뭐...두서 없이 적어봤는데, 독일 이민 생각하시는분들께 참고가 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퇴근시간이 되서 이만 가야겠네요..ㅎㅎ 다들 가버려서ㅎ
더 궁금하시면 답글주시면 제가 아는한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