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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린이의 다이어리_3.txt
게시물ID : wow_36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조위
추천 : 13
조회수 : 90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12/09 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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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검은바위산의 위용은, 밟았던 푸른 초원과는 달랐다. 불을 감싸고 있는 조그만한 괴물들이 반갑다고 인사라도 하듯, 초입에서 부터 나에게 불길을 쏘아댔다. 던전의 그것처럼 스산하고 마른 돌사막같은 이곳은, 분명히 강력한 몬스터들이 들끓을게 분명했다.

여느때와 같이 야영지를 찾아 그리핀 엔피씨에게 말을걸곤, 이곳까지의 여정에서 챙긴 전리품들을 주섬주섬 팔은 품삯으로 낡아진 방어구들을 수리했다. 조금씩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는 이 방어구들을 수리하는데에 있지 않을까. 든든히 전리품을 챙기고 싶은 욕심에, 팔아버리기 아쉬웠던 아이템들도 속시원히 엔피씨에게 넘겼다.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홀가분하게 시작한 임무. 카오신이라는 오크를 만나 대화하라는 임무였다. 지도에 찍힌 곳은 검은바위산지역 가운데쯤 위치한 오크 주둔지 처럼 보이는 조그만한 건물이었고, 조심히 다가가자, 저- 멀리 문앞을 지키는 카오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화를 하라고 했지-' 더듬더듬 임무를 생각하고 카오신에게 다가가자, 당황스럽게도 카오신은 빨간타겟으로 변하며 순식간에 칼을 추켜세우고 나에게 돌진했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긴 했지만, 카오신의 공격은 지난번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던전의 몬스터들과 견줄수 있을만큼 강력했다. 순식간에 체력게이지가 절반으로 깍여나가버린것에 놀라, 화들짝 키보드를 고쳐잡고 쿨타임이 길어 잘 쓰지않던 묵직한 스킬들을 둘러가며 카오신과의 대결에 집중했다. 그의 강력한 공격은 나의 공격에 크게 상회할만한것 이여서 다급하게 얻어맞아 가며 치유스킬을 쓰는상황에 이르렀다. 아- 역시, 이곳의 분위기 만큼이나 몬스터들도 차원이 다르구나. 던전에서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줬던 동료가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나는 혼자다.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고 오기가 생겼다. 너무나 다행히도 내 얕은 공격에 실금처럼 체력이 깍였지만, 그는 회복스킬이 없다는걸 알아차렷다. 나와 카오신의 대결은 내가 버티느냐 못버티느냐의 싸움으로 가닥이 잡혔다.

치유스킬은 캐스팅 시간이 길은것이 단점이었다. 회복을위해 캐스팅하는동안엔 무방비로 카오신의 공격을 그대로 피격 당해야했다. 근근히 치유스킬과 공격스킬을 번갈아가며 카오신의 체력을 야금야금 깍아나가자, 승리의 여신이 산책을 막 끝내고 돌아오듯, 내 쪽으로 돌아섰다.

이윽고 쓰러진 카오신, 나는 그의 창을 버텨냈다. 검은바위산에서의 여정이 걱정들만큼 그는 강력했지만, 나는 그를 쓰러뜨렸다. 전리품도 대단한것이 있으리라. 하지만 쓰러진 카오신을 우클릭했지만 아무런 팝업창도 뜨지않았다. 긴장감이 감돌았던 좀전의 전투가 허망하리만큼 그는 빈털털이였다. 방랑자객은 카오신을 이르고 하는말이었던가.

불현듯 임무가 떠올랐다. 아차 싶었다. 나의 임무는 분명 카오신과 대화를 하는것이었지만, 나는 이미 쓰러진 그의 호주머니를 뒤적거린 뒤였다. 다시 퀘스트창을 눌러 꼼꼼히 읽었다. 분명히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임무를 어설피 확인한 나자신을 책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와의 대화는 '호드 가면' 을 써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던 것이다. 다급하게 키보드에 있는 'B'를 눌러 아이템창을 열었다.

오른쪽에 열린 두번째가방엔 호드가면이 있었고,
왼쪽은 쓰러진 카오신의 시체가 있었다.

모든 직소 퍼즐은 맞춰졌다. 카오신은 호드가면을 쓴 나를 만나기로 되어있었고, 그렇게 나는 얌전히 호드가면을 쓴뒤 카오신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으면 순탄히 끝났을 일이었던 것이다. 쓰러진 카오신의 시체에서 원망이 느껴질만큼 호드가면은 무뚝뚝하게 가방속에 콕 박혀있었다. 그가 강했던건 사실, 내가 상대할만할 수준의 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카오신의 시체를 그렇게 쓸쓸히 놓아두고 야영지로 돌아간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공기를 마시며 담배를 태웠다.

다시 찾아간 카오신은 호드가면을 쓴 나를 반갑게 맞았다. 미안한 내색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는 순진하리만치 시간을 거꾸로돌린듯 나에게 새로운 임무를 설명하기 바빴다. 더욱 미안했던건 그가 나에게 준 임무는 그저 장화 일곱개를 가져오라는 것. 누군가와 싸워 이기고 돌아오라는 임무였으면 덜 미안했을지도 몰랐을 것을.

갈무리겸 퀘스트완료겸 다시 찾은 야영지. 수리를 하기위해 엔피씨를 찾은 시선 끝엔, 늑대인간이 서있었다. 긴장했다. 설마 저것은 호드인가. 호드라면, 또 이세계에는 잔뼈가 굵은 영웅들이 많았기에 같은레벨이어도 쉬이보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일단 몸을 숨기고 그 늑대인간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의 아이디는 지난번 인연이 있던 얼라이언스동료와 같은 색이었다. 아, 동물이라고 다 호드가 아니라는것을 깨닫곤 조심스레다가가 슬래쉬 인사를 채팅으로 입력했다.

이윽고 그 늑대는 채팅을 확인했는지, 내가있는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받아주엇다.

"늑대 얼라이언스는 처음봤습니다. 호드이신줄 알았어요.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건네자,

"ㅋㅋㅋㅋ 늑대처음보셧나봐요. 안그래도지금 호드로 변신 중이예요." 라며 대답한 그는 좀전의 나와같이 호드가면을 쓰고있었다.

"귀여워요 멍멍멍!"
"강아지가 아닙니다! 늑대예요 늑대!"

소소한 농담 주고 받으며 방어구 수리를 하던 찰라,
갑자기 불덩이가 날라와 나를 가격했다. 불덩이에 놀라는것도 잠시, 희번덕한 양날도끼를 양손에든 타우렌이 순식간에 내 코앞에 돌진하여 나를 매섭게 공격했다.

이들은 몬스터 들과 다르다. 이것은 그야말로 기습이었다. 그들은 꽤 오래전부터 나를 정찰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저 뒤의 언데드는 모든 기운을 쏟는듯이 나에게 여러가지 형형색색의 마법을 쏘아대고, 큰 덩치의 타우렌은 우적우적 나를 도끼로 내리찍었다. 그들의 스킬은 내가 전혀 모르고있었기에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급한 맘에 더듬더듬 회복 스킬과 보호스킬을 누르는 것을 집중했다.

저 호드 둘은 나보다 레벨이 4정도 낮았다. 옆에 있는 동료보다도 낮았다. 양 진영간에 머릿 수도 같고 레벨도 우리쪽이 우위에 있는데 공격을 감행했다는건 무언가 내가 모를 믿는구석이 있을게 분명했다.

나도 나름의 탱커에 치료 스킬로 무장 했었기 때문에 버티는건 자신있었다. 그런데 이상한점은 호드들이 옆에 있는 늑대인간 동료에겐 공격하지 않고있다는 것이다. 일점사부터 한다는것인가, 아니다. 일점사였어도 내동료를 붙들어매야 하는게 기본전략이라는걸 저 호드들도 바보가 아닌이상 알고 있을 터.

반격을 포기하고 버티는데만 전념하니 그들도 나를 순식간에 쓰러뜨리는덴 긴시간이 필요할만큼 버틸수 있었다. 그러던 중 옆에 있던 동료가 폭소를 터트렸다.

" ㅋㅋㅋㅋㅋㅋ 저놈들 제가 호드인줄 알았나봐요!! "
자랑스레 호드가면을 비추었다.

호드들이 내동료를 호드로 보고있었다면 아귀가 맞는다. 삼대일인 상황이라면 레벨이 낮아도 머릿수가 크게차이나는데 공격을 안하는것도 이상한 상황.

늑대인간 동료는 순식간에 내앞에서 도끼를 휘두르고있는 타우렌의 옆을 파고들었다. 늑대로 변신한 그는 용맹하게 물어뜯었고 타우렌은 분명히 당황했을것이 틀림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레벨이 나보다 낮다는건 이 가면퀘스트를 하기전이라는 뜻일테니까. 영문을 모를만했다. 체력이 깍인 타우렌은 다급하게 도망가자 나에게도 여유가 생겻다.

반격의 시작이다. 곧바로 도망가는 타우렌의 등에 응징의방패를 던져 쓰러뜨렸다. 그야말로 응징이다.
사태를 파악한 흑마법사는 쭈뼛쭈뼛 뒷걸음질 치더니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지만, 늑대보다 빠른 언데드는 없을터 이기에, 순식간에 따라잡히곤 물어뜯겻다.

딱 두번이었다. 마법사가 쓰러지기까지의 내 공격은.
발이 묶인 마법사는 나와 늑대인간의 공격을 버텨낼리 만무했다. 초라하게 쓰러진 흑마법사의 시체를 보며 광기어린 승리감을 맛보았다.

호드는 나를 공격했고, 나는 그들을 이겻다. 전쟁이 이런건가. 원한이 쌓인다는 건, 이런걸 뜻할 것이다.
나는 흥분한 채, 늑대인간 동료에게 말했다.

"시체 못먹게 여기서 가만히 쉬고있죠."

와린이의 다이어리 1편
http://todayhumor.com/?humorbest_1342991

와린이의 다이어리 2편
http://todayhumor.com/?humorbest_134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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