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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데이터] 국민의 당을 홍보해보자: 광화문에 국민의당 포스터 붙이기
게시물ID : sisa_811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hantom57
추천 : 36
조회수 : 1622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12/09 02:15:15
사건의 배경과 발단

12월 3일. 232만이 모인 촛불 집회에서. 저희가 벌인 모든 일들은 아래 두 사진으로 시작됩니다. 

F1.jpg

mini_F2.png

야당과 국민 대부분이 분기탱전하여 차가운 이성을 잃은 채 경솔하게 12월 2일의 탄핵 발의를 주장하시는 것을 보고,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님께서는 소신있게 "2일은 아니다. 9일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할
것은 개헌이라고 주장합니다.

mini_F3.jpg

그러나 비박 계열이 돌아설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박지원 의원의 순수하고 냉철한 판단은 안타깝게도 엄청난 비난과
반대에 부딪히고 맙니다. 탄핵 정국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상대 야당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이다,
새누리와 야합해서 개헌 정국으로 물타기를 해서는 영구한 기득권으로 남겠다는 저열한 욕망이다, 탄핵정국의 X맨이다,
하고 그 의도를 의심받았지요. 심지어는 국민의 당이 새누리와 야합했다는 터무니 없는 내부고발까지 터져나왔습니다.

 이러한 여론에 박지원 의원은 유연하게 대처하여, 발의 일시를 5일로 조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의
손석희 앵커마저도 2일에도 되고 9일에도 되면 왜 9일날 하는가. 9일이어야 한다면 왜 5일로 하는가. 하고 잘 이해를
하지 못하였지요. 박지원 의원은 영혼 없는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촛불 민심을 살펴서 잘 결정하겠다"는 발언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했습니다.

촛불 민심.

 모두가 국민의당으로 인하여 탄핵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겠다는 의기의식을 느낄 때, 박지원 의원의 진정성을 느낀 저는 
국민의 당을 향한 진정한 촛불 민심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현 시국에서 다른 야당과는 차별되는 길을 걷고자
하는 국민의 당을 국민들께 알리고 싶다. 광화문에 모인 분들에게만이라도 보여드리고 싶다. 하는 열망이 가득찼습니다.

12월2일 금요일. 집회를 하루 앞두고 마침 화장실에 앉아 단전에 힘을 주던 중 번뜩 한 시안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국민의 당을 알리기 위한 이 모든 일들이 시작 됩니다.



포스터를 만들어보자.

촛불 민심을 형상화하는 시안을 제작해봅니다. 비천한 개발자이기 때문에 툴은 윈도우 그림판과 PPT를 사용합니다.

첫번째 시안입니다.

mini_F4.png

국민의당을 향한 촛불 민심, "ㅅㅂ 그럼 니들 공범이야" 를 형상화 했습니다.
그런데 초록 방파제(?) 모양의 국민의당 심볼이 인지도가 낮아 국민의당을 표현하기에 부족한것 같습니다.
몇개를 더 넣어 두번째 시안을 만들어 봅니다.


mini_F5.png

첫번째 시안에서 "팀" 대신 왠지 익숙한 단어를 하나 집어넣어봅니다. 역시 왠지 익숙한 얼굴 모양도 하나 찾아서 내용을
지우고 심볼을 넣습니다.
이제 이 두 시안을 놓고 인쇄를 해서 비교해봅니다.

mini_F6.jpg

A4로 인쇄를 해보니, 왼편의 캐릭터 얼굴을 지우고 합성한 시안은 낮은 해상도 때문에 픽셀이 많이 깨집니다. 인쇄가
되는 영역도 조금더 넓다보니 인쇄시간도 더 많이 걸립니다. 첫번째 시안의 메타포(눈...입....)가 못내 아쉽지만 두번째
안으로 결정합니다. 

인쇄를 시작합니다. 광화문 곳곳에 도배를 해야하기 떄문에 매수는 3천장으로 정합니다. 박스한개가 넘는 분량입니다.
어디에 붙이면 많이, 잘 보일 수 있을까요? 문득 일주전 집회에서 본 장면이 스쳐지나갑니다.

F7.jpg

지난주 차벽과 바리게이트를 쳐놓고 경찰이 쳐놓은 현수막입니다. 법원 말은 듣지 않는 경찰이 평화 집회와 시민의식을
부탁하는 아이러니보다, 불통의 거대한 벽위에서 소통(현수막)하고자 하는 모습이 더 묘하게 들어옵니다.

... 사실 이 장면과는 별 관계없이, 그냥 차벽에 붙이기로 합니다. 뭐 가는데마다 다있고, 넓다란하니 좋잖아..? -_-;;;

그런데 이 많은 분량을 혼자 붙일 수 있을까요?


파티 급조

이미 시간은 집회당일, 12월3일 낮입니다. 대학 커뮤니티와 오유 시게에 내가 이런 포스터를 붙이고 다닐건데, 도와주실
분을 찾는다, 하고 파티원 모집글을 급하게 올립니다. 

http://todayhumor.com/?sisa_805288
f8.png

조회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 글에, 전광 석화처럼 연락이 옵니다. 저와 제 친구까지 7명의 파티가 순식간에 조직됩니다.


준비물 챙기기

먼저 인쇄할 포스터가 3500장(인쇄하다보니 초과됨)이 있습니다. 가위와 박스테이프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챙깁니다.
그런데 인쇄한 포스터가 그냥 A4이다보니,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옵션을 꼽아봅니다.
f9.png
(1) 스프레이 접착제
스프레이로 치익 뿌려서 붙이는 접착제입니다. 한통에 얼마나 붙일 수 있을지 감이 잘 안오지만, 일단 4-5개 사봅니다.

(2) 물풀
가장 만만한 물풀입니다. 포스터를 붙이다 보면 참여하고 싶은 시민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넉넉히 구입합니다.


아직 무언가 부족합니다.
킬러 아이템을 준비해봅니다.

mini_Picture5.png


(3) 도배풀(201), 도배용 붓, 풀을 담을 플라스틱 용기.
어느 세월에 저 포스터를 다 붙일까요? 도배풀이라면 가능합니다. 다 먹고난 과자통과 옷걸이를 이용해 도배풀을 담을
용기도 만듭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미 파티원 몇몇은 광화문에 도착하여 동태를 살피고 전파해주고 있습니다. 
서둘러 겉옷을 입습니다. 막상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니 챙겨갈 짐의 양이 엄청납니다. 

f11.jpg

도저히 역까지는 들고 갈수 있는 양이 아니기에, 택시를 잡아타고 광화문역이 위치해있는 5호선 라인에 있는 신길역에 
내립니다. 평소라면 넉넉히 도착하였을 텐데, 교통체증과 엄청난 지하철 인파에 약속 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렸습니다.
결국 파티원들은 일찌감치 집결해 있는데, 저혼자서만 30분 가까이 늦었습니다. 사죄의 말씀을 드리자마자, 일단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고릅니다. 이 짐을 다 들고 온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포스터 도배 시작

한 시민분과 고등학생 세분이 맞아주셨습니다. 마침 시청방향 꽈배기상 앞에 국민의당 부스가 설치되었고, 자그마치 
박지원 의원님이 몸소 나와주신다 합니다. 부스 천막에 붙일까? 구호를 외치면서 한 천장쯤 삐라처럼 뿌려버릴까?
의원님 등에 붙여드릴까? 의욕에 불타며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곧 인파의 벽이 너무 두꺼워서 반대편 방향으로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짐도 무지막지 무거워서 앉아계시는 시민분들이 다칠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미 지하철에서 그 무거운 A4박스를 놓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목격하고자 집에서 나선 외국인 청년의 발을 찍어
버리고 사죄의 말씀과 함께 싹싹 빌고온 이후입니다.) 

아쉽지만 국민의당 부스는 포기하고 경복궁역으로 방향을 틀어 걷습니다.

.
.
.

그런데. 도무지 차벽이 보이질 않습니다?!

12월3일. 경찰은 차벽 라인을 훨씬더 북쪽으로 옮겨놓았고, 시민들은 최초로 청와대 100m앞까지 전진해있는 상태.
북쪽으로 한참을 걸어가서야 차벽라인의 시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분노와 함께 무력감을 주던 차벽이 
무척 반갑습니다. 도배를 시작합니다.

f12.png

창조의 즐거움에 흥이 납니다. 다른 파티원들도 다들 포스터를 한뭉치씩 품에 안고 바삐 돌아다니면서 포스터를 차벽에
붙입니다. 멈춰서 말을 거시는 시민분들이 많습니다. 파티원들이 신나서 설명을 드립니다.

"이게 뭔가요?"
"눈에 있는 것은 국민의당 마크이고, 입에 있는 것은 새누리 마크입니다. 얼마전 탄핵 자체를 무산시킬뻔한 국민의 당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정신차리고 똑바로 안하면 우리는 똑같은 무리로 보겠다구요."

신문사 기자라고 밝히신 분이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대학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셨다고 합니다. 포스터 붙이는 것을 
계속하면서 나름 성의껏 답을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탄핵운동에서 국민의 당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포스터를 계속 붙이며) ...... 제가 뭐하고 있는걸로 보이시는데요. -_-;;;"

한편으론 유심히 저를 지켜보던 한분이 미소를 지은채로 다가와 옆에 섭니다. 지긋이 저를 보시기에 말을 걸어봅니다.

"나누어 드릴까요?"
"...저 경찰이에요. 이 차 제가 운전합니다. -_-;;"

식겁하니까 그냥 붙이랍니다. 그래서 붙이라고 내가 했지만 이거 좀 너무한거 아닙니까..라고 말할때까지 붙입니다(...)
 
여하튼, 시민들은 다들 재미있다면서 호응해주십니다. 붙여보고 싶으시다고 와서 도와주시는 분도 있으셨고, 행진 중 
멈춰서 포스터를 가슴 한가운데 붙여달라고 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차벽에 수십의 삐에로가 일렬로 웃음 짓습니다.
차벽 앞이 졸지에 포토존으로 변해서 시민들이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습니다.

f13.jpg

이 날 천 장단위의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조금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 분명 국민의당 당원이나 지지자분들이 그 자리에
많이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 포스터를 보신 그 수천 수만의 시민들 중 포스터 내용에 항의를 하시는 분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행진 경로에 있는 차벽 라인을 따라서 왠만큼 포스터를 다 붙였다고 생각이 들 때, 파티원분들을 모아서 근처 중국집에 
들러 늦은 저녁 식사를 합니다. 손님들이 줄을 서있고, 직원들은 생동감있게 정신없이 분주합니다.  아.. 공학인으로써 
창조 경제가 무엇인지 의심을 품었던 스스로에게 반성을 하게됩니다. 광화문 상권이 용트림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가 되다

식사를 하고 거리로 다시 나섰습니다. 친구놈이 합류합니다. 차벽 라인은 대충 붙였으니, 이제 차벽 말고 시민들이 행진
하며 볼수 있는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기로 합니다. 이 경우 뒷처리를 생각해서 -준비해간 도배풀이 많이 남아 아쉽지만
...- 잘 떼어질수 있게 테이프를 포스터 위에만 살짝 붙이기로 합니다.

f14.jpg

그렇게 또 한참을 붙이다가, 광화문 주민으로써 온 지리를 꿰뚫어 보며 파티의 브레인을 담당하고 계시는 시민분께서,
포스터를 일정하게 한 줄로, 또 면(面)의 형태로 붙이는 것이 보기에 그럴싸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이때부터 붙이기 적당한 곳을 찾을 때마다 이렇게 뭉텅이로 잘 정렬된 모양을 갖춰 붙이기 시작합니다.
붙이다 보니 원래 팝아트를 기획한 행위 예술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슬몃듭니다. 

f15.png

그러다 이날 하루의 정점을 찍는 기념비적인 발견을 하게됩니다.

f16.png

바로 광화문 곳곳에 국민의당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입니다!
파티원들은 이때부터 계획을 수정해 이 현수막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f17.jpg

이렇게 폴짝 뛰어서 줄에 붙여보기도 하고

f18.png

저렇게 현수막 아래 게시판이 있는 경우는 가급적 최대한의 면적에 꼼꼼히 붙입니다.

f19.png

f20.png

신기하게 저런 게시판이 있는 곳 위에는 항상 저 초록 현수막이 있습니다. 열심 열심히 찾아다니며 붙입니다.
붙이자 마자 시민분들이 관심을 갖고 다가와 구경을 하십니다.


주갤에서부터 JTBC까지

그렇게 밤늦게까지 포스터를 붙이고, 파티원들과 하나둘 헤어져 새벽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옵니다. 온몸에 도배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f21.jpg
(얼룩은 풀입니다......)

포스터를 붙여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 하루전. 무작정 일을 벌려놓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마쳤습니다.
온몸은 멍석말이를 당한것처럼 아프고, 허리는 너 이제 큰일 났다고 계속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신 파티원들, 
자랑스러운 시민 한분 한분께 감사의 메시지를 드리고 기절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f22.jpg
주갤

f23.png
인스타

f24.png
오늘의 유머


파티원들이 속속 인터넷 게시판에서 포스터가 인용된 내용을 알려주십니다.
그러다 급기야...

교내 커뮤니티의 한 교우분으로부터 JTBC 이선화 기자가 생방중 포스터를 소개했다는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f25.png

이어지는 바로 이 다음 장면과 함께 말이죠.

mini_f26.png

얼얼한가운데에도 기쁜 소식을 어제의 동지들에게 알려드립니다.

f27.png

흐뭇하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그만 성취가 인정을 받는것을 확인하고 나니 한편으로는 무언가 갈증이
다시 생겨납니다. 우리는 국민의당에게 말하고 싶은만큼 다 말을 했을까요?


더 무엇을 할까?

인쇄한 포스터는 3500여장. 이중 절반이 남았습니다. 이걸 어찌할까 고민하는데 어제의 브레인이 제안합니다. 

"이거. 국민의당에 부칩시다!"
"기왕 부치는거, 한쪽면에 국민 청원을 받아 인쇄해 보냅시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한것들과 할일들, 잘 정리해서 SNS로 확 뿌립시다."

파티의 기간이 좀더 연장되었습니다. 브레인이 바로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사진을 올립니다. 추진력이 끝내줍니다.

저는 국민 청원 메시지를 받는 것에 대한 현실성을 생각합니다. 탄핵 소추의 표결일은 12월9일. 주중의 사흘안에, 천장 
단위의 포스터에 인쇄할, 국민의당을 향한 국민 청원 메시지들을 받는게 가능할까? 갑자기 잘만든 웹사이트 하나가 
머리를 스칩니다.

f28.png

박.근.핵. 닷컴.
이미 언론등을 통해서도 소개가 되었던, 국회의원 300명에게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메일을 전송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입니다. 국회의원이 이 메일에 첨부되어있는 찬성/반대 버튼을 클릭하면 그 결과가 바로 사이트로 전송,
반영되어 국민들에게 공개됩니다. 제가 기억해낸 것은, 국민들이 국회의원 각각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사이트
내에서 보여진다는 것이었습니다.

f29.png

저 실시간 청원 메시지를 활용한다면, 국민들이 국민의당 모든 국회의원들 한명한명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짧은 시간안에
확보해서 인쇄해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박근핵닷컴 개발자분에게 메일을 작성합니다.

f30.png

그리고, 10분만에, 답장이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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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길어져 나머지 내용은 나누어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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