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너가 선물해준 핸드크림을 잃어버렸다.
손을 쓰는 일을 하는 내가 혹여 손끝이 갈라질까,
이 향을 내가 좋아할까, 그렇게 나를 생각하던 너의 예쁜 마음을 잃어버렸다...
너와 헤어지고서 몇가지 달라진게 있다. 잠에서 깨서 핸드폰을 안보게 됐다.
밥은 그냥 먹고 싶을때 먹으면 된다. 비가 올때 굳이 큰 우산을 챙길 필요가 없다.
달라지지 않는것도 있다. 같이 가던 카페에서 가끔 레드벨벳 케이크를 먹는다.
너가 좋아하던 EDM 음악을 가끔 듣는다. 함께 봤던 영화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때론 오늘처럼 우연히, 가끔은 일부러, 그렇게 너는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하지만 지운다는게, 결국은 널 또렷하게 한다. 이제 다른 향이 나는
핸드크림은 뭔가 어색하고, 비 오는날 허전한 우산 옆자리를 못견디겠고,
새로나오는 영화에 대해 알아볼때 괜히 그때 생각에 실없이 웃는다.
그렇게 넌 많이, 깊이 내 삶에 들어와 있었다.
고맙고. 가끔 밉지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