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수만 번도 넘게 끊어내고 싶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가족이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끊어낼 수 없었던 선대와의 인연.
삼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슴에 켜켜이 쌓인 절망, 후회, 분노, 고독, 증오, 증오, 증오...
그 모든 것을 눈물로 흘려보내고, 비로소 처음으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게 된 아들.
그토록 어머니를 미워했음에도 끝끝내 그녀를 온전히 잘라낼 수 없었던 아들은 (분홍 슬리퍼), 우드로부터 전해져오는 그녀의 마지막 진심을 보고 결국 그녀를 용서하게 됩니다.
"우드는 진심을 공유한다" - 이 단순한 설정 하나로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할 줄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저 마지막 피라미드를 뚫고 나무가 솟아오른 모습도 보면 볼수록 감동적입니다.
펜토미노의 남은 우드 + 헥소미노의 경량 우드 + 헵토미노의 막대기의 3요소가 합쳐져서 탄생할 수 있었던 나무.
나뭇가지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부는 펜토미노의 우드처럼 각져있는 한편, 나머지는 헥소미노의 실패작 우드처럼 구불구불 구부러져 있는데요.
이는 그렇게 서로 달랐던 "진심"이 처음으로 한 나무에 뿌리를 두고 하나가 되어 합쳐진 것을 보여줍니다. 서로 엇갈리고 증오했던 타이트니스 3대가 해묵은 감정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데 성공한 거죠.
그리고 그 위에서 "썩을 할망구..." 를 읊조리며 엎드려 오열하는 헥소미노. 나무 뒤로 펑펑 터져나가는 불꽃놀이.
"가족애"라는 테마를 이렇게나 멋지고 세련되고 감동적이게 표현한 작품이 일찍이 있었나 싶습니다.
솔직히 눈물 찔끔했음 ㅠㅠ
비록 연출이 난해한 편이라 한번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쉬이 들어오진 않는 작품이지만
곱씹어서 두번 세번 보다 보면 점차 행간의 의미가 보이고, 그럼 그 진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이해하면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되죠.
특히 타이트니스 편은 개인적으로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테트리스라는 가벼운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수준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가스파드 작가님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