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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 후 맑음'
게시물ID : love_17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드링크콜라
추천 : 2
조회수 : 2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8 0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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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너를 잊었다. 정말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확히 버스정류장에 오기전까지 완벽히 너를 지웠다고 단언했다. 그 증거로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제시 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 무엇보다 확실한건 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이였다. 하지만 방금 내가 제시한 증거가 마치 초등학생 아이가 거짓말하다 들켜서 하는 뻔한 변명 처럼 들리듯, 정류장에 서 있는 너를 보았을때 장롱속에 숨겨놓은 비상금을 까먹고 찾기라도 한듯 내 기억도 안경을 썻는지 선명해졌다.
 선명해진 기억속에서 바로 찾을수 있는 얼굴옆에는 내 기억속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남자가 있었고, 그 광경은 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이상한 감정,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은 새벽 몰래 컴퓨터를 하는 도중에 엄마가 들이 닥친 것처럼 나를 갑자기 덮쳤고,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너를 사랑하나? 아니다! 너를 보낸 후 너무 많은 시간과 사건이 있었고, 나 또한 너를 보내고 다른 인연이 있었다. 그렇다면 질투? 그러기에 이 감정은 너무 새침하다. 아님 분노? 전혀, 분노처럼 들끓지도 않는다.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정답을 알기 위해서 끝없는 질문을 하고 있는 도중에 옆에서 들려오는 기억속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길래, 습관 마냥 자연스럽게 너를 보았다. 하지만 기억속의 시선과 달리 너는 그 남자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 미소가 한때 나의 것이였고 나에게 허락된 시절이 있었는데, 모르겠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것이다. 이 순간에는 나를 지배한 감정은 호기심이였으리라. 너를 웃게 만드는 남자는 도대체 누군가? 그래서 남자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을때.... 눈부셨다. 남자 또한 너에게 아름답고도 눈 부신 미소를 주고있었다.
 나 또한 너에게 저렇게 웃어주었나? 선명해진 기억속에서 그 부분들만 짤라낸건지 보이지가 않는다. 일부러 짤라낸건지 아님 모르고 짜른건지, 보이지 않는 기억은 어느새 숨겨놓은 성적표처럼 죄책감마저 들게했다. 죄책감마저 뒤섞인 감정이 나를 가지고 놀때 너와 남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에 취해서일까 아님 감정으로 도피일까, 나는 어느새 둘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고 흐뭇해하기까지했다. 흐뭇하다는 감정이 알 수없는 감정을 뒤 덮을 때쯤 원래의 감정에서도 흐뭇함의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원래의 감정들은 수많은 감정의 조각의 파편들이였으리라, 조각의 파면들이 나를 계속해서 쿡쿡 찔러서 이상한 기분까지 들게했다는 생각에 도달할때 버스가 왔다.
 내가 타야할 버스는 아니였지만 너가 타야할 버스 였고, 선명해진 기억속에도 무엇보다 뚜렷한 마지막 장면처럼 너는 또 나를 떠나갔다. 버스에 오른 너와 남자는 앉을자리가 없는지 서 있었고, 남자가 잠시 딴 곳을 바라볼때 너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너는 나에게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미소를 보여주고 버스는 떠나갔다. 아름답지만 담백하면서 솔직한 미소, 홀가분 하면서도 아쉬운. 나의 기억속에 미소와 남자에게 보여주는 미소와 달랏지만 여전히 향긋했다. 마치 졸업식날 헤어지는 친구가 보여주는 미소 같았다.
 이제는 알 수 없다. 내가 어떤 감정에 휩싸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너가 떠나가자마자 내 기억은 안경을 벗었는지 다시 희미해졌고, 또다시 너를 잊었다.
이제는 내가 타야할 버스가 왔다. 그래 이제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리듯 감정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버스에 올랐다.
 오늘의 날씨는 보지않았지만 아마도 '흐림 후 맑음' 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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