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65일을 맞이하는 12월 5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이혜경 학생의 생일입니다.
이혜경 학생입니다.
혜경이는 언니가 하나 있는 두 자매의 막내입니다. 언니하고는 친구처럼 지내서 대학생 언니의 화장품도 혜경이가 직접 골라주고 피부관리 코치도 해 주었습니다. 혜경이의 꿈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였기 때문입니다. 혜경이는 진로를 직접 결정하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관련 학원도 다니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엄마 얼굴의 주름을 자기가 다 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어머님은 혜경이가 너무 일찍 너무 전문적인 분야로 진로를 잡아 버리면 다른 여러 가지 꿈을 가지게 될 수 없을까봐 걱정하셨지만 혜경이가 결심이 굳고 자기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내린 결론이라는 걸 아시고는 두말 없이 허락하셨습니다.
집에서 "긍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혜경이는 알뜰하고 속 깊은 아이였습니다. 엄마가 수학여행 때 주신 용돈 5만원 중에서 3만원만 들고 갔습니다. 나머지 2만원은 여행 갔다 오면 미용대회 재료비로 쓰려고 책상 속에 아껴두었습니다. 그 2만원은 아직도 혜경이 책상 속에 주인을 잃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단원고 교실이송식 전날인 8월 19일, 혜경이가 생활했던 2학년 2반 교실 풍경입니다. 맨 앞줄에 "이혜경"이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앞문 옆 작은 칠판에도 혜경이와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금구모"는 "금쪽같은 9반 모임"으로 9반 여학생들 중 친하신 가족분들끼리 비공식적으로 쓰시던 이름인데 여기에 다른 여학생반 가족분들도 합류하셨습니다.)
혜경이는 4월 17일까지도 실종자 명단에 올라 있었고, 그래서 부모님과 언니는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8일 새벽 혜경이는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발견되어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주시면 세월호 가족분들께 가장 간단하게 직접 마음을 전하실 수 있습니다. #1111로 문자 보내 혜경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어머님의 보물이었던 "긍이", 언니 화장품 챙겨주던 미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혜경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