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베오베 눈팅족인 전데요. 오유에 꽤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베오베엔 시사게 글들이 대부분...
빨리빨리 탄핵되서 축배를 들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우선 제 상황부터 썰을 풀자면요.
원래부터 술은 좋아하고, 또 한번 마셨다 하면 제법(?) 마시는 편입니다. 그런데 같이 마실 만한 친구가 집 근처에 별로 없고 다들 멀리 살아요. 아재들이 돼서 술 마시러 멀리 나오기도 귀찮다고 하고... ㅋ
옆동네에 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하나 살긴 하는데 친구 와이파이님이 술 마시는 걸 매우 싫어하고, 일도 불규칙해서(날밤 새우고 낮에 자고 등등) 술을 자주 마시진 못하네요.
그래서 별 수 없이(?) 혼술을 자주 하게 됐습니다. 지난 3~4년간 주말엔 거의 빼놓지 않고 혼술을 하든, 아니면 누구랑 같이 마시든 했죠.
집에서 혼자 마시기도 했는데 또 치우기도 귀찮고 방에서 냄새도 나고 그래서 요즘은 집에선 혼술을 잘 안 해요.
암튼 그래서 제 서식지 인천에선 나름 번화가인 곳에서 자주 혼술을 하다보니, 이게 술집에서 혼술을 하는 것도 약간의 단계 같은 게 있단 걸 알게 되었네요.
사실 요즘에야 사람들이 혼술 혼술 하지, 재작년 정도 까지만 해도 술집에 가서 혼자 왔다고 하면 괜히 아래위로 훑어보거나, 심지어 아예 받질 않거나(!) 한 경우가 많았죠.
제멋대로 나눈 혼술 난이도 5등급입니다. 즉, 지극히 자연스럽고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혼술을 할 수 있는 곳부터, 마음의 준비(?)를 꽤 하고 들어가야 하는 곳까지, 한번 나눠봤네요.
[ 들어가기 전에 ]
1.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따릅니다.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아니며, 개인간/지역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니 광범위한 피드백 환영합니다.
2. 인천의 나름 번화가(부평시장 근처, 구월동 인근, 인천논현역 근방 등등) 기준입니다.
3. 요즘 보면 개별 화로도 나오는 본격 혼밥/혼술 전문점도 있는 모양인데, 그런 덴 가본 적이 없어요 ㅠㅠ
4. 난이도는 총 5단계 + Honorable Mention 한 단계로 나눕니다.
5. 혼자 술집에 들어가기가 좀 머뭇거려지세요? 옆 테이블 사람들이 처음엔 쳐다보고 하겠지만, 조금 지나면 안 그럽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요.
[ 난이도 ★: 국밥집/콩나물국밥, 순대국밥, 뼈다귀해장국 등 ]
말할 것도 없이 가장 쉬운 난이도의 혼술집들입니다. 실제로 토요일이나 일요일 새벽 시간에 가보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은 혼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집들 중엔 상당수가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특히 새벽 시간에 '혼자서' 3,4차로 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단점이라면 only 소주와의 궁합만 좋습니다. 맥주나 기타 주류와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듯.
[ 난이도 ★★: 스몰비어/봉구비어, 춘자비어 등 ]
한 3년 정도 전까진 꽤 많이 늘어나더니, 올해 들어선 약간 주춤한 듯?
이런 스몰비어 전문점은, 혼술 손님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일본 주점을 벤치마킹한 듯한 모습입니다. 제가 본 바론 실제로 혼술 손님들도 적지 않았구요.
스몰비어라곤 하지만 소주도 팝니다. ^^ 개인적으론 이런 집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대부분 의자가 불편함;;
단 맥주창고 류는 비추. 기본적으로 셀프서비스라 자리를 자주 비워야 하기 때문이죠.
[ 난이도 ★★★: 이자카야 류의 주점/투다리, 도쿠리 등 ]
난이도가 3등급 이상 올라가면, 사실 본격 혼술을 하기에 적절한 집은 별로 없습니다. 안주가 양이 많고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이죠.
그래도 일본식 이자카야 스타일의 주점이라면 혼술이 그나마 괜찮습니다. 왜냐면 이런 곳은 나름의 블라인드(?) 혹은 그 비스무리한 걸로 테이블끼리가 서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개인적으로 타코와사비를 참 좋아하는데, 이자카야 주점에서 입가심 하기 딱 좋은 메뉴죠.
[ 난이도 ★★★★: 요리 전문점/생선회 등의 해산물, 육회 등 ]
난이도 4등급 이상부턴 1인 손님을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업주 입장에선 매출 때문이겠지만, 저 같은 혼술파는 속상하죠. ㅠㅠ
그리고 요리 전문점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아예 2인 이상부터나 주문 가능한 메뉴를 파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이런 곳에 꼭 가고 싶을 땐, 일부러 비싼 메뉴를 시키는 게 좋습니다. 지난 여름 무지 더웠던 어느 금요일, 퇴근하는데 갑자기 해물찜이 땡겨서 평소에 오다가다 눈여겨 봐뒀던 해물찜 집에 갔습니다.
혼자 왔다고 하니 홀 아주머니가 머뭇거리길래 '중짜 먹을게요' 하고선 앉아서 소주 두 병에 중짜 콩나물 대가리까지 빡빡 긁어서 오기로 다 먹고는 이틀동안 폭풍설사. ㅠㅠ
[ 번외 Honorable Mention: BAR ]
여러 명이 팀으로 가는 경우보단 혼자서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은 곳. 바로 '바' 입니다(맞나요? ^^;;). 여긴 뭐 혼자 오는 손님은 무조건 반기니 난이도를 언급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죠.
다만 아무래도 좀 비싸서 ㅠㅠ 프리랜서로 하루에 두 탕 뛰고 막 그랬을 땐 자주 갔는데 월급쟁이 생활에 묶이고는 별로 안 가게 되더군요...
[ 난이도 ★★★★★: 고기 구워먹는 집 혹은 철판구이집 ]
여긴 개인이 뚫고 자시고를 떠나서, 1인 손님은 아예 받질 않는 집이 많습니다. 특히 고기뷔페는 제 경험으론 90% 이상이더군요.
그럼에도 동네 고깃집 같은 경우는 1인 손님도 받습니다. 대략 3인분 정도 먹고, 사이드 메뉴 있으면 그거 하나 나중에 추가하고 소주 2~3병 정도 마시면 그제서야 사장이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내죠.
마포갈매기 같이, 역세권에 있는 좀 라이트한 고깃집은 1인 손님 거의 다 받아줄 겁니다.
쭉 써놓고 보니 빼먹은 집들도 있네요...
동네 치킨집도 혼술하기 좋죠. 사장님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게 되면 재밌구요. ㅋㅋㅋ
지금 단골이 된 동네 횟집은, 뭐 거창한 집은 아니고 술 손님 위주로 받는 덴데 처음 가서 혼자 왔다고 하니 사장님이 '혼자 오셨으면 한치 같은 거 좋겠네요' 하셨는데 제가 '광어 우럭 먹으면 안돼요???' 하니 조금 놀라셨다는. ^^
참치집도 혼술집으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던데 제가 참치를 썩 좋아하진 않아서 혼자선 두 번 정도밖에 안 가본 터라 어떤 판단의 근거로는 좀 미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 동네에서 제가 자주 가는 곳은 유케포차, 투다리, 백암순대(국밥), 막횟집, 전주콩나물국밥집 정도네요. 여름엔 치킨집 야외 테이블에서 자주 마셨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