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주최측에서는 '정치인 배제'라는 원칙을 이유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연단 위 발언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사전에 문대표 측에 통보되었고 집회현장에서도 시민들에게 널리 공지가 됐습니다.
당연히 문 전대표는 길위에서 촛불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사회자가 즉석 자유발언 신청을 받는 순서가 되자, 광주시민들이 '문재인! 문재인!'을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에게 발언권을 주라는 것이지요.
결국 사회자가 어쩔수 없이 단상에서 내려와 문 전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깁니다. 이어지는 힘있는 연설. 시민들은 중간 중간 화답하며 문재인을 응원했고, 집회가 끝나고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애정을 표시합니다.
반면 같은 시각 대구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대표.
분노한 대구시민들 때문에 쩔쩔매고 있습니다. 바로 전날인 12월 2일, 탄핵안 발의에 국민의당이 불참했던 일의 후폭풍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번 집회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대인원이 참여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명의 연행자도 없고, 집회가 끝나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고 의심할 정도로 말끔히 청소를 하는 놀라운 시민의식을 발휘합니다. 외신들의 찬사가 이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전 세계 집회역사상 결코 구경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명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의 꼼수들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수룩한 우중으로 착각해서는 큰코 다칩니다! 꼼수, 결코 통하지 않습니다. 꼼수 두는 순간, 여차하면 지옥문이 열립니다.
국민들은 지금, 놀랍도록 차가운 이성으로 인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눌러왔던 분노가 용암처럼 분출해서 모든 것들을 태워버릴지 모릅니다.
12월 9일. 탄핵안 처리가 어찌되는지 온 국민이 지켜볼것입니다. 그 날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를 포위하자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차가운 분노가 뜨거운 분노로 바뀌는 일, 결코 없어야 되겠습니다. 촛불이 밝혀지는 와중에, 광장에는 뜨겁게 활활타는 횃불들이 벌써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