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링크
스모부(相撲部)
이 이야기는 스모부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한 한국인 남성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90%+과장5%+(재미를위한)뻥5%...]
코노 방구미와 고란노 스폰-사-노
테이쿄-데 오쿠리시마스....
응? 이게 아닌가...
가끔 커플들을 보면
집 열쇠를 하나 더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꼬옥 쥐어주고 사랑을 확인하는
그런 경우가 있는걸로 안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집을 비운사이
그 열쇠로 방으로 들어가
상대방에게 깜짝 요리를 선물한다던지
선물을 놓고 간다던지
아주 좋아 죽는 커플나부랭이들에게
죽창을 죽창죽창하고싶어지는
그런 사랑에겨워 죽고 못사는
커플들의 인륜배반적 행위...
그런 비밀스러운 공유를
나는 의외의 인물과 하고 있다
58.
내가 미나미노에 처음
이사오고 얼마 안됐을때의 이야기이다
가구하나 없는 횡~ 한 방안에서
바닥장판의 구멍이나 세며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던차에
곳쨩의 노크소리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밖으로 나가보니
곳쨩은 나에게 새로 이사도 오고 했는데
방 안에 채워 넣을 가구 이런거
사러가는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정말 귀찮았지만 그 흔한 젓가락
한개가 없어서 손으로 라면을
건져서 먹어야 하나
밥은 인도식으로 카레랑만 손으로
챱챱해서 주워먹어야 하나 등등
밥는것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차에
곳쨩의 제안은 그나마 나를
사람으로 살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을위한
일보전진으로 들렸고
나는 홈센터에 가구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근데 내가 가구를 사는일에
곳쨩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나설 이유가
있는건가? 라고 2.5초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걸 무시했다
그게 아직도 내 일상을 괴롭게 하는건
이제 곧 밝혀지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슈우우우퍼하게
잡화, 가구, 의류,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특대형 쇼핑몰
우리는 이케아같은 일본의 유명체인
들어가서 정말 나에게 필요했던 숫가락 젓가락
그릇과 서랍장 그리고 이불등을 구매하게 된다
남자의 쇼핑은 번개같은 속도를 자랑한다
한동안 써야하는 중요한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만 맞으면 바로 카트에 집어넣기를 1시간
내가 구하고자 했던것은 모두 구할수 있었고
그것을 무려 배달까지 딱 시켜주고
나는 자유의 모미 되었다
진짜 돈이 최고다
돈만 있으면 짜릿해
돈이 최고야
이렇게 순식간에 장보는게 끝날걸
예상하진 못했지만 시간도 남고
이제 뭘 하지 하며 이곳저곳들쑤시며
여러 매장에 깽판을 치고 있을때
곳쨩은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기 이(李)상 이상은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편이잖아
근데 집 열쇠를 잃어버리면 집에
못들어가게 되는데 아예 집 열쇠
여분을 좀 만들어 두는건 어때?
라고
내가 수 많은 물건을 잃어버리지만
아직 집열쇠를 잃어버린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의 경험상 집열쇠의 내일은
없을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고
나는 곳쨩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렇게 도착한 열쇠집
옆에서 곳쨩이 상기된 얼굴로
격하게 기분이 좋아보이는게 조금
께림찍하긴 했지만 그래도
집에 못들어가면 안되니까 나는
내 집 열쇠의 여분 열쇠를 2개 만들기로했다
열쇠를 부탁하니 20분후 다시 들러달라는말을
들었고 나는 곳쨩을데리고 그 근처
식료품 마트에서 시간을 때웠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간 열쇠집에서
나는 여분 열쇠를 두개 받을수 있었다
근데 웃긴게 곳쨩이 자꾸 하나만
달라고 지랄발... 난리를 부리는게 아닌가?
나는 하늘에 맹세코 이 뚱땡이녀석에게
나의 성지를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싫다고 싫다고 말했는데
곳쨩이 강압적으로 저를 그만...눈물눈물
이 아니고 안주면 울것같은 표정으로
자기가 오늘 얼마나 나의 구매활동을 도왔는지
자기에게 열쇠를 주게 되면 생기는
이점에 대해 열변을토하는게 아닌가
딱히 나에게 득되는건 없을것 같았지만
그냥 사람 많은데서 시끄럽게 굴길래
열쇠를 줘버렸는데...
그때부터 이녀석은 내 방을
지 방2호로 생각하고 마구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니 뭐 재산상으로 문제가 생긴적은
한번도 없는데...
이 빌어먹을 곳쨩 자식아
쌀이랑 스파게티면이랑
카레좀 고만 훔쳐가라
유학생 다 죽게 생겼다 이누마아아아!
아 물론 얘기하고 가져갈때도 있지만
엊그제 카레를 먹으려고 봤는데
카레가 없길래 설마 또 곳쨩인가 싶어서
곳쨩을 찾아갔고
갑자기 음료수 사줄께 커피 먹을래?
라고 말하는 그 녀석의 행동을 보고
아 100%이자식이구나 확신하고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내 방에 음식은 자주 사라지지만
내가 한국에 오래 가 있을때나
학교를 갔는데 잊은 물건이 있을때
곳쨩이 방을 청소해두거나
내 방에서 레포트를 챙겨서 학교까지
배달해 주고 하는 그런 이점도 있으니
그냥 나는 좋은 딜교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59.
일본에는 오미야게(お土産)문화가 있다
그걸 설명을 하자면
내가 만약에 오사카 이런데로 여행을갔다고치면
오사카에서 파는 유명한 토산품(주로음식)을 사서
돌아온 다음에 내 주위에 친한 사람들에게
그 선물을 나눠주는게 바로 오미야게문화이다
하지만 난 한국에서 단 한번도 어디 여행을
다녀와서 선물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던적이 없다
기억에 남는건 초등학생때 경주 놀러가서
거기서 은장도를 사서 돌아와
엄마가 좋아하실 얼굴을 기대하며
엄마에게 선물로 준적이 있엇는데
쓸데없는걸 사왔다고 손들고 서있기30분당하고
두번다시 선물따윈 사지 않게 되었던것 같다
아무튼 오미야게 문화는
굉장히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데
그도 그럴것이
스모부가 만족할만한 오미야게를 사면
돈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그렇다고 안사오면 서운해 하는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생활비 대출혈이 일어나는것보단
차라리 서운하다고 찡찡대는거 보는게
그나마 나에게 피해가 적으니
아직도 오미야게를 잘 사오진 않는데
저번에 한번 웃긴일이 있어서
그걸 써 볼까 한다
내가 이와테에 자연봉사를
간적이 있다고 이 글에 몇번이고
쓴적이 있었다
이와테에서 유명한 오미야게중에
카모메노타마고(かもめの玉子)라는게 있다
뜻을 한국말로 하면 갈매기알이란 뜻인데
생긴건 저렇게 진짜 새알같이 생겼다
사실은 유명한지 어쩐지도 몰랐는데
이와테에서 도쿄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릴때
우연히 들어간 마트에서
곳쨩이 이게 이와테 오미야게로 유명하다는
말을듣고 처음으로 사 본게 저 카모메노타마고이다
참고로...
누굴 준다는 생각은 1g도 없었다
내가 사서 내가 먹을 생각으로 산 친구였다
그렇게 저 카모메노타마고를 꼬옥 손에 쥐고
도쿄로 돌아와서
내 방에 조용히 앉아
이와테 자원봉사에 시달렸던 긴 시간2주를
마치고 나에 대한 포상 같은 느낌으로
한개를 까서 먹었는데
맛이 충격적이였다
일본의 오미야게를 처음 먹어봐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심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안도감 때문에 그랬던건지
아니면 이주동안 풀만먹던 내 혓바닥이
단맛에 놀랐던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먹은 그 순간 내 안에서
오미야게 넘버원이 되었다...
(한개밖에 안먹어봤지만...)
맛은 오뜨같이 달콤한데 심하지 않은 단만이
베이스이고, 저 노란부분이 밤인지 고구만지
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런류의 맛과 식감
적당한 두께의 빵과 달콤함이 잘 어우러진
그런 맛이다
그 후로 가끔 대형 마트에 오미야게 특선코너가
있으면 한번씩 들러서 카모메 있나없나 보고
그러는 편인데
저번에 한번 동네 마트에 갔다가
저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
이건 하늘이 다시 주신 만남이였다
나는 당장에 그걸 한박스를 샀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근데 아뿔사 곳쨩과 마주치고 말았다
정말 하는수 없이 나는 곳쨩에게
선물이야 라고 하면서 비닐봉지에서
내 피같은 카모메를 꺼내서 주었고
곳쨩은 너무 기쁘게 받아들었다
너무 좋아해서 다시 달라고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였는데
곳쨩은 정말 다행이도
그 자리에서 저걸 막 까서 먹기 시작했다
역시 이런모습을 보면 스모부는 스모부다
그렇게 한개 두개 까 먹고 있는 곳쨩을
보다가 나도모르게
야 나도 하나만!!!!!!
이라고 말해 버리고 말았다
가만히 냅두다가는 내 소중한
카모메가 다 사라질것만같은 초조함에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만것이다
곳쨩은 카모메를 씹으며
선물을 줘 놓고 같이 먹자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딧어 라면서 크게 웃었다
그게 한국 스타일이야? 라면서
나쁜놈이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카모메가 먹고싶었고
그냥 하나 억지로 뺏어서 먹은 카모메는
정말 맛있엇다
그렇게 그 날이 흐르고 몇달뒤
본가에 다녀온 곳쨩이 카가와 오미야게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고
나에게도 주길래 받아들고
나중에 먹으려고 방에 가져다 놨는데
자꾸 지 방에 안가고 멀뚱멀뚱 서서
나만 쳐다보길래 안돌아가냐?라고 물으니
선물 준거 빨리 까서 먹으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대번에 알아 차릴수 있었다
이자식 이거이거 먹고싶구만 큭큭큭
그래서 곳쨩 앞으로 선물받은 오미야게를 가져와
한개 한개 조심스럽게 껍질을 사알사알까서
집으로 쪼꼼 넣고 감탄사를 내 뱉으며 음미하고
그렇게 한개 두개 먹어가니
초조함에 다리까지 덜덜덜 떨던 곳쨩은
참지못하고
나도하나만 ! 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저번에 당한게 생각이 나서
내가 말했다
준 선물 달라고 하는게
카가와 스타일이냐!?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선물 사 오면
아무말 없이 같이 앉아
까 먹기 시작했다
역시 이것도 좋은 딜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