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뜬금없이 메시지 와서 정치 관련해서 잘 모르면 좀 가만있으라고 했던 니가 생각이 났다. 뭐, 그 땐 너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엔 너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이제와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건 아니고, 그냥 요즘 이렇게 나라가 시끄러운 걸 보면서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참 궁금하구나.
그렇게까지 나서서 나한테 정치 관련된 얘길 할 만큼, 우린 친하지도 않았고, 학창시절 얘기 한 번 진득하게 나눠 본 적 있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넌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참 궁금했었다.
나중에서야 내린 결론은 딱 두가지였어. 첫 번째는, 너와 다른 생각을 가진 내가 그저 꼴보기 싫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너는 너 자신에 대해 일종의 자부심이 있었던 거 같애. 나보다는 더 우월하다는 생각따위를 했었던 게지. 그 당시 니가 보낸 메시지의 어투를 보면, 니가 나보다 좀 더 지식인인 것 마냥 말하는게 보였거든.
넌 나를 무시하고 있었던 건 확실해. 왜냐하면, 너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나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될 너의 주장을, 전화번호도 없는 내게 페북 메시지로 보내가면서까지 까내리듯 말했으니까. (벌써 3-4년 전쯤의 일인데도 다시 생각하니 어이가 없네. ㅎ.)
니가 이 글을 보게 될 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만, 사과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다만, 나는 니가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겸손과 배려를 배웠으면 한다. 지난 날 내게 했던 무례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워하길 바란다. 너의 그 대단한 신념이, 행동이. 때로는 틀렸을 수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해. 어디가서 함부로 니 주장을 내세우며 남을 무시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앞으로 네 인생에서 큰 마이너스가 될 거야. 지금은 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때보다 더 개선되었다면 좋겠네. 뭐 어찌 됐건 잘 지내렴.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