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헌법은 단지 6월민주항쟁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고, 북한은 그나마 정신줄 잡고있는 김일성이 있었으며, 사상 최초 후진국(!) 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의 민주화 압력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빠른 개헌안 마련과 총선 대선을 치르고 6공화국이 출범하는 숨가쁘고 혼란스러운 일정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개헌 해서 이원집정부 혹은 내각제로 개헌한다면, 6공화국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다시 뽑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헌법적 지위가 크게 바뀌는데 현 국회가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죠. 대법관은 물론 헌재 재판관도 교체해야 합니다. 모든 이슈가 개헌으로 빨려들어가고 급변하는 대내외적 상황에는 그 누구도 책임있게 행동할 수 없습니다.

이미 외교는 마비상태고, 나라망신은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개헌이 더해지면?

외교현안 경제현안 등 모든 국정은 정지되고 말 것입니다. 행정과 입법은 물론이거니와,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교체되어야 하니 사법기능마저도 마비될 겁니다. 개헌논의 자체만으로도 헌법재판소의 모든 사건은 개헌 이후로 미뤄질 것이며, 대법원도 헌법과 관련된 사건은 처리하기 힘들 것입니다. 국회에서 새로운 입법은 아예 거론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국회의원선거가 대권을 결정하니 국정원 군 경찰의 여론전이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지역구별로 선거가 진행되니, 댓글부대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까지 작전을 수행해 온갖 패악질을 저지를 겁니다. 이로 인해 지역과 세대는 물론 성별로도 대한민국이 갈가리 찢겨질 것입니다. 오로지 박근혜의 권력욕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 후유증은 몇 년 아니 몇 십년을 갈 지 예측조차 어렵습니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로 전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대한민국이 망하든 말든 오직 자신의 권력욕과 안전을 위해 개헌을 제안한 겁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입니까?

새누리당+국민의당 합쳐봤자 단독으로 개헌을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현행 헌법의 여러가지 문제점과 보완사항을 거론한다면(극렬페미도 이를 위해 아주 쓸만할 겁니다) 박근혜가 던진 개헌 책략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이 좌절되더라도 개헌은 우리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인 박근혜표 개혁을 기필코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