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데 우리 고기먹자!"
언제는 풀먹자고 했던가 싶은 아르헨티나 친구가 말을 꺼냈다.
"고기는 소고기지!"
풀따위는 소나 먹는거라고 믿는 나는 기다렸다는듯 친구들을 모았다.
무려 한국인 베트남인 멕시코인 아르헨티나인 스페인인 중국인 필리핀인 국적만 다르지 전부 남자인 14명의 레이드팀이 꾸려지고
토요일 고기를 구워먹으러 강변에 갔다.
우리에게는 그 흔한 바베큐그릴도 드럼통도 없었다.
꽃삽하나와 숯부지깽이하나로 땅을 파고 불을 피고 주변에서 죽은 나무를 끌어모아서 불을 피우고
첫 고기를 입에 넣기까지. 아침 11시부터 오후2시반이 되서야 겨우 고기를 한점 입에 넣을 수 있었다.
마지막 파티기 때문에 우린 꽤 거금을 들여 엄청난 양의 고기를 사왔고. 나는 아껴둔 양주를 몇병 풀었다.
날씨는 따뜻했고, 남미계친구들은 내게 데낄라를 일회용 컵에 한가득씩 따라주었다.
컵으로 들이 부은 술에 정줄을 놓고...
그리고 나는 새벽 4시에 방에서 눈을 떳다.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던지라 약 1주일 잠을 설쳤던 나는
뒤끝이 너무 깔끔해서 꿈인가 싶었지만
페북 메신져에 공유된 사진들은
내가 정줄 놓고 보드카를 나발 부는 사진이 있었다.
고기를 먹었으되 고기먹은 기억이 없었다.
따뜻한 날씨와 삽질로 인한 노동과 부족한 수면과 과도한음주가 부른 완벽한 하모니였다.
살을 빼야 하는데 내게 행복하게 먹은 기억이 없는 체중증가는
시지푸스의 그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