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이기심이 한눈에 드러나는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이 지난 2월 단 2명의 반대표와 2명의 기권표를 제외하고 모두 찬성하여 통과되었다. 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도편 추방제를 아십니까? 도편 추방제는 매년 전국의 그리스 시민들이 아고라에 모여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도기 파편에 적고 6,000표 이상이 나오면 10년 동안 외국으로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제도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투표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국민의 대표를 뽑는 현제의 국회의원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실행하려는 그리스 국민들의 투표 즉, 도편 추방제가 롤모델인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의 입장을 신중히 고려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통과된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을 살펴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 평생연금은 고용 주체가 국가인 특수 직역연금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국가 공무원 연금과 비교해보면 그 부당함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이다. 특수 직역연금 중 국회의원 평생연금을 제외한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교직원들이 받는 특수 직역연금은, 매달의 월급에서 일부를 지속적으로 적립하고 퇴직 후 일정량의 연금을 일정 나이 이후로 지급받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의 경우 지급조건 중 이러한 적립의 성격에 해당하는 어떠한 노력에 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평생연금법의 지급조건은 타 특수 직역연금과 비교하여 너무 허술한 ‘단 하루라도 직무에 참여한 국회의원’ 이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비슷한 성격의 공무원연금과 비교해 볼 때 노동의 가치에 비해 턱없이 높은 대가의 연금을 받는 꼴이다. 따라서 연금지급조건에서 직무기간을 최소 5년 이상으로 늘리고 일정한 성과 이상을 달성한 자에게만 연금을 지급하여 평생연금법의 형평성을 확보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시장은 “연금지급액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험료를 납부함으로써, 수지균형이 맞지 않아 국가 재정상의 문제가 있어 지급금액은 낮아지고 지급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공무원 연금의 경우를 살펴보면 “유족연금의 금액을 종적 퇴직연금의 70%에서 60%로 낮췄고,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다.” 이렇게 국가 재정에 문제가 있어 타 특수 직역연금법이 전체적으로 하향 개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연금은 이번 법 개정안을 통해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70세에서 65세로 앞당기고 연금지급금액을 9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대폭 인상 시켰다.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금고 이상 유죄를 선고받거나 징계위에서 제명된 사람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수 직역연금의 특성상 고용 주체가 국가이므로 일정부분의 특혜는 용인될 수 있으나, 상황의 타당성에 어긋나는 연금법 상향과 범법자를 용인하여 연금일 지급하도록 법을 재정한 것은 도가 지나친 과혜이다. 국민의 세금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 국회의원연금이므로 최소한 국민에게 배반되는 행위의 범법을 저지른 국회의원에게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아야 하며, 전체적으로 상향된 국회의원 연금법을 상황의 타당성을 고려해 다시 하향복구 시켜야 할 것이다.
또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의 금액이 과도한 것임은 인상률의 측면으로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연금이라는 것은 통상적인 의미로 젊은 시절의 저축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금지급액은 물가상승률과 최저생계비상승률 같은 경제적인 가치를 고려하여 그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회의원 평생연금은 이러한 경제적인 가치를 깡그리 무시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8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년 동안 연평균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과 최저생계비상승률은 각각 4.1% 와 3.5% 이다. 그런 반면 국회의원 연금 상승률은 지난 2005년에서 이번 연금법 개정안까지, 80만원이던 연금이 120만원으로 올라 그 상승률은 무려 5년 동안 연평균 10%에 육박한다. 물가상승률과 최저생계비상승률이 각각 4.1% 이고 3.5%임을 생각하면 두 배를 웃도는 상승률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평생연금법 개정안이 연금을 9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한번에 33%나 인상 시킨 것을 생각하면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의 불합리성을 확신 할 수 있다. 최소한 국회의원 연금을 공무원 연금처럼 하향시키진 않을지언정 이렇게 마구잡이로 연금액을 올리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법이라는 빨대를 이용해 세련되게 빨아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 특수 직역연금의 특성상 받는 특혜를 적용하더라도 여러 가지 인상률을 고려한 경제적 가치에 맞고 합리적인 특혜를 주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이기적인 태도이다. 이 연금법이 통과될 당시인 지난 2월은 정치전쟁으로 여당과 여당의 정책이 상이하게 엇갈리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은 2개의 반대표와 2개의 무효표를 제외하고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굳이 장문의 설명을 더하지 않더라도 이와같은 정황은 얼마나 국회의원들이 이기적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게다가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은 지난 2월 통과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7개월이 지난 9월에나 발표한 되었다. 이는 법안에 수많은 국민들의 반대가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얼렁뚱땅 넘기려는 ‘눈 가리고 아웅’ 의 태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이번 국회의원 평생연금법 논란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 평생연금법 그 자체가 아니다. 녹슨 물이 나오는 녹슨 수도꼭지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깨끗한 물을 얻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녹슨 물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다. 녹슨 수도꼭지를 깨끗이 닦아낸 뒤 계속해서 깨끗하고 맑은 물을 얻는 것이 정확한 해결책일 것이다. 즉, 우리가 집중해서 고쳐내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 평생연금법이라는 녹슨 물이 아니다. 이러한 녹슨 물을 계속 배출하는 녹슨 수도꼭지, 즉 이러한 연금법을 만들고 국민들을 조롱하는 국회의원의 이기성을 고쳐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