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2주 앞두고 평일에는 전부 일을 하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부터 계속 방을 정리했다.
이 집에서 거주한지 어언 14년.
이사가려고 짐을 버리기 시작하니 끝없는 쓰레기의 굴레.
밥도 안먹고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5시.
밥상을 차릴 기력도 없어보이는 엄마를 꼬셔서 외식을 감행했다.
아빠는 굉장히 운전하기 귀찮아 했지만 열심히 꼬셨다.
원래 이 가게에서 줄이 너무 길어서 2번을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다.
무한리필 고기집인데 돼지갈비가 무한리필이 된다는 사실에 너무 좋았다.
셀러드바도 있고
라면자판기에서 라면도 무제한으로 먹을수 있다.
오뎅바도 따로 있었다.
항상 블로그 후기만 보고 침을 흘렸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다.
조금 먼곳으로 이전을 해서 가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괜찮았다.
도착했는데 안에 손님이 없어서 조금 불안했지만 시간대가 밥타임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콩나물 무침을 먹어보았다.
내인생에서 그렇게 맛이 없는 콩나물 무침은 처음 먹어보았다.
그냥 맛이 없었다. 無맛 맛이라는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가 인공호흡으로 소금을 뿌려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분명 고추가루로 양념이 되어있는데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황했다.
오뎅바에서 오뎅을 건져먹었다.
나름 오뎅의 본고장인데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오뎅도 이것보단 맛있겠다.
라면자판기는 고장이였다.
그래 괜찮다.
이곳의 본질은 고기 집이니깐.
삼겹살을 먹어보았다.
돼지향이 훅하고 후각을 강타했다.
돼지갈비를 먹어보았다.
양념으로도 돼지향을 없앨 수 없었다.
항정상을 먹어보았다.
항정상을 너무 얇게 썰어서 식감이 없었다. 항정상을 대패삼겹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겹살을 먹어보았다.
퉷.
부모님의 표정을 보았다.
안좋았다.
불효녀가 된 기분이다.
우울하다.
일요일의 마무리를 망쳤다.
이런걸 먹고 운동을 해야한다니.
맛있는걸 먹고 운동을 하면 억울하지도 않는데
부모님께 죄송하다.
그냥 집근처 대패삼겹살 먹으러 갈걸....................
1인당 만원이였지만
만원을 내는것도 너무 아깝고 화가났다.
이런 집은 망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고기에 대한 모욕이다.
사장님은 하루 빨리 성찰을 하시고 다음 사업을 준비하셔야한다.
사장님의 다음 사업이 번창하길 빌어본다.
제발 요식업은 하지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