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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
게시물ID : lovestory_80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VIRUS
추천 : 1
조회수 : 105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25 0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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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61124_172639590.jpg
                                                                                                                                                                        (사진은 오늘 집 앞에서)
 

삼십대 초반 평범한 여성입니다. 여동생이 2년 전 위암으로 생을 달리했습니다.
원래 위염과 식도염을 달고 살던 동생인데 어느 날 부터 먹은 것 없이 토하고 식도염 때문에
힘들다며 투덜거리던 내 동생...
 
회사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것 같다며 웃던 내 동생...
뚱뚱하다고 할 정도로 체격 좋고 키도 크고 활발하던 동생이 파릿해질 정도로 살이 빠지자
병원 검진 결과 이미 암세포는 위는 물론 소장 간 까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그러기에 얼마나 아팠을까 항상 넉살좋게 웃던 내 여동생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문제는 제부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
가슴 아프지만 동생 잊고 새 삶을 찾아가면 다행이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집에 들려 어머님 사위왔어요라며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아빠랑 술 대작합니다.
그 자리에 동생만 없지 동생과 함께 모이던 가족풍경 그대로 입니다.

가끔은 동생은 친정왔다고 나 쉴래! 외치고 내 방 침대에 잠들던 순간처럼 집에 같이 있는 기분도 듭니다.
부모님은 그런 제부가 고마우면서 속이 타십니다.
사부인꼐도 죄송하고 밝게 웃으며 이야기는 하지만 제부의 얼굴은 점점 말라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넌지시 제부한테 이제 죽은 사람 잊고 다른 여자 만나볼 생각없냐고 물은 적 있지만
싱글싱글 웃으며 엄마! 큰 아들 필요없어요? 라고 넘어갈 뿐입니다.
제부가 저 보다도 나이가 많아 딸 둘뿐이었던 우리집에선 이미 아들입니다.

몇 주전 동생 부부가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연락이 와서 엄마랑 같이 동생집에 갔었습니다.
제부는 회사에 있다고 금방 퇴근이니 먼저 가계시라고 현관 비번 가르쳐주길래 갔다가 엄마하고 펑펑 울었습니다.
동생 있을 때와 변한 게 없는 집... 화장실에는 동생의 칫솔도 그대로고 옷방에는 동생이 즐겨입던 옷들이
금방이라도 입을 수 있게 깨끗하게 세탁되어져 있었습니다. 동생화장대엔 동생이 쓰던 화장품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먼지 한 톨 없었고요.
쓰는 지금 눈물만 나네요. 제인에어를 너무 좋아해서 책이 헤져서 같은 책을 세 권이나 샀었는데 침실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어요.
제부가 퇴근 후 오고 엄마는 붙들고 오열하며 우셨습니다.
주먹 쥐고 제부를 때리기까지 하셨습니다.그만 하라고...죽은 사람 잊고 00이 너도 살아야 되지 않냐고...
제부는 처음엔 무슨 일인가 얼떨떨하다가 곧 알아차리고 그냥 씁쓸하게 웃기만 하더군요.
엄마 말리다가 저도 너무 가슴 아파 울었습니다. 결혼 액자도 그 자리에 얼짱각도라며 예쁘게 나왔지 하고 동생이 자랑하던 셀카들은
인화되서 보드에 붙여져 있고... 그냥 그 집 모든게 동생 그 자체였습니다. 그 날은 어떻게 동생 집을 나와 집에 왔는 지 기억이 안 나요.
그리고도 제부는 여전히 주말마다 집에 옵니다. 엄마가 몇 주는 일부러 쌀쌀맞게 대하며 이제 오지말라고 내쳤는데
능글맞게 대처하던 제부가 저저번주 결국 주저앉더니 어머님 저 내치면 죽어요 라며 우네요.

그 날 온가족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제부 말로는 집을 아무리 동생이 있던 그때대로 해도너무 외롭고 힘들고 동생이 없는 것만 뼈저리게 느껴지더래요.
그나마 우리집에 오면 동생한테 나던 냄새 동생하고 같은 말투쓰는 집안 사람들, 동생이 해주던 음식맛하고 비슷한 엄마요리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날 그렇게 부모님과 제부 저 넨이서 펑펑 울고(동생 죽은 날 보다 더 운 것 같아요)
저번 주 부터는 다시 리바이벌입니다.

다시 동생은 내 방 침대에 잠들고 다른 가족들은 모여서 밥먹고 아빠와 제부는 술대작하고 그 상황으로...
옳지 않다는 것도 이럴수록 제부는 더 동생 못놔주고 저렇게 죽은 동생 추억에만 갇혀 사는 건데...
제부를 어쩌면 좋죠?



​베플1)
읽으면서 울었네요~ 시간을 주세요.사랑하던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칼에 정리합니까?
그렇게 지내시다가 보면 언젠가는 또 정말 좋은 인연 나타날꺼에요.
그럼 그때 아들처럼 오빠처럼 기쁘게 보내드리세요. 그럼 됩니다.

베플2)
눈물나서 혼났어요.. 그냥 스스로 덤덤해 지도록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자꾸 죽은 동생 얘기하면 걱정하기보다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대해주세요..

베플3)
저도.. 지금 신랑 떠나보낸지 2년이 넘었어요..제부 맘이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저도 지금 같은 상황이거든요..
우리 어머님은 딸 셋에 아들 하나.. 서른 초반에 과부가 되셔서 자식뒷바라지하며 열심히 사셨는데..
금쪽같은 막내 아들 갑작스레 잃으시고..제가 옆에서 다 겪고 보고 느끼니..더욱 더 그 인연의 끈을 놓을 수 없더라구요..
지금도 찾아뵈면 따뜻한 밥상 차려주시고 뭐 하나라도 챙겨주시려 분주하시고..밝게 웃어주시는 그 얼굴 때문에..
더 더욱 눈에 아른거리고 저도 더 찾아뵙게 되더라구요..
근데..저희 부모님..주위사람들은 끊어라..니가 찾아뵙는 게 더 힘드실 수 있다..이런 말 들을 때 마다..
가슴이 찢기는 것 같고..더욱 죄스러워요.. 조금..답답하시고..힘드시겠지만..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시간을 주시는 게 어떨까요..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댓글 달면서도 눈물이 계속 나네요..
아직은 제부도..님 가족도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저는 첨엔 매일가다..점차 일주일에 두 번..한 번.. 2주에 한 번..
이런식으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지금도 불쑥불쑥 생각날때면 어머니댁을 찾게 되더군요..
아마 첨부터 쉽진 않을 거예요.. 점점 시간지나고 슬며시 거리를 두시고..제부 곁에 좋은 인연 생길때까진..
(아마 그대로 죄책감때문에 제부가 더 힘들어 하겠지만)
진심으로 가족처럼 이해하시고 받아들여주세요.. 아마 지금은 그게 더 맘에 편할꺼예요..
 
출처 : 네이트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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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00: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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