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이 함께하기에 어렵지 않은 사람이라 믿기 때문에 자신 있고 확실하게 청혼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정황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교묘한 결과다.
독신 생활에는 정상성에 대한 잘못된 자아상을 지어내는 습성이 있다.
라비는 내적 혼란을 느낄 때 강박적으로 정리 정돈을 하는 경향이 있고,
일로 불안을 물리치려고 하며,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생각을 딱 부러지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즐겨 입는 티셔츠를 찾지 못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어지럽히거나 이제 그만 정리하고 와서 식사하라고 하거나
텔레비전 리모컨을 닦는 그의 습관을 꼬집어 잔소리를 하거나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났는지 물어보는 건 고사하고,
곁에서 그를 지켜보기만이라도 하는 사람이 없는 한 이런 기벽은 모두 깔끔히 가려진다.
목격자가 없을 때, 그는 올바른 짝을 만난다면 자신에게는 함께하기에 특별한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는 관대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출처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