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쓴 포스팅인데, 제 블로그는 유입이 적은 편이라 기껏 열심히 쓴 포스팅이 아까워서 오유분들 보시라고 가져왔어요.
울먹울먹
나는 사실 1년에 맥주 2캔 마시면 '올해는 술 많이 마셨네~' 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일본 교환학생을 시작으로 맥주가 엄청나게 늘었다. 최근에는 출근을 위해서 절제하는 편인데, 교환학생 때는 정말 거진 매일 마셨던 것 같다. 일본은 맥주가 너무 맛있고 저렴해서, 나처럼 일본와서 뒤늦게 맥주 맛에 눈 뜨는 사람 정말 많더라.
아, 일본 위스키와 하이볼에 빠지는 사람도 꽤 많다. 그도 그럴게, 한국에서는 한 병 3만 원씩 하는 위스키가 일본에서는 만 원 밖에 안한다. '너무 비싸서 못 마시겠어...' 하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천국에 온거지. 일본은 왜 술 가격이 저렴한건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3만 원은 줘야하는 앱솔루트 보드카도 일본에서는 비싸도 만오천원을 넘지 않더라. 덕분에 보드카도 참 많이 마셨지.
왼쪽부터 에비스 마이스터, 프리미엄 블랙, 에비스(기본), 실크 에비스.
어쨌든 오늘은 일본 맥주 중에서 프리미엄 맥주라고 해서, 비싼 편에 속하는 에비스를 사왔다. 사실 옛날에 이자카야에서 한 잔 마셔본 것 말고 에비스를 마셔본 적이 없어서 좀 두근두근 했다. 보리 100퍼센트라서 엄청 쓰고 진하다고 하던데 어떨려나.
일본은 맥주 회사마다 대표적인 맛이 다른데, 기린 맥주는 전체적으로 단 맛이 강하고, 아사히 맥주는 깔끔하고 시원한 맛, 삿포로는 쓴 맛, 산토리는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네, 복잡미묘한 맛? 에비스는 삿포로 맥주에서 만드는 맥주 브랜드다 보니, 쓴 맛이 강하다.
나도 그랬지만 에비스를 삿포로, 아사히, 산토리처럼 또 하나의 맥주 회사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더라. 워낙 유명한 맥주 브랜드고, 삿포로 마크가 눈에 보이게 찍혀있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듯. 쓴 맛으로 유명한 삿포로에서 더더욱 쓴 맛으로 유명한 것이 에비스 라인.
참고로 '와, 이거야말로 진짜 오리지널 맥주다.', '맥주하면 딱 이 맛이다.' 하는 맥주는 아사히 맥주다. 가끔 아사히 맥주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난하게 모두에게 사랑받는 맥주다. 나는 삿포로 맥주를 제일 좋아하는데, 삿포로 맥주는 후쿠오카에서 안 파는 곳도 많아서... 다음으로는 아사히 맥주랑 산토리 맥주를 많이 마신다.
일본 야후에서 재밌는 지식인을 찾아서 링크를 붙여둔다. 어디 맥주 회사가 제일 맛있는지 싸우고 있다.
BORN 1890이라고 쓰여있다. 대단하구만.
물고기를 들고있는 저 분은 칠복신 중 한 명인 에비스 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도미.
병맥주의 경우에는 드물게 에비스 신이 들고있는 바구니에도 돔이 들어가있는 '럭키 에비스(왼쪽 사진)'가 있다고 한다. 원래는 도시전설이었다고 하는데, 삿포로 맥주가 공식 인정했단다. 확률은 수 백분의 일이라고. 참 즐겁게들 사는구만... 근데 병맥주는 BORN 1887년이네?
어쨌든... 마셔보자.
안주는 직접 만든 닭갈비.
감자가 더 많았으면 엄청 맛있었을텐데... 단호박도 넣었으면 좋았겠다. 다음에는 넣어봐야지.
기본 에비스.
맥주 잔은 호가든 전용잔이다. 제일 작은 맥주잔이 저거라서...
일단 쓰다, 무조건 쓰다. 그리고 끝 맛이 약간 단가?
실크 에비스는 색이 좀 연하다.
그래서 그런지 쓴 맛도 조금 덜한편. 그래도 엄청나게 쓰다. 끝 맛은 비슷하게 단 듯.
에비스 마이스터.
색이 제일 진한데, 역시 엄청나게 쓰다. 그리고 끝 맛도 별로 안 달다.
흑맥주 사진은 없다... 그냥 새까만 맥주여서 찍을 생각을 안했다.
맛은 기본 에비스랑 비슷했던 것 같다. 사실 흑맥주가 제일 마지막이여서 어땠는지 맛이 좀 애매모호했다.
이렇게 비교해보니까 확실하게 색깔 차이가 있네. 왼쪽부터 에비스, 실크 에비스, 에비스 마이스터.
어쨌든... 다음부터는 에비스 안 마시는 걸로. 확실히 쓰고 뭔가 풍부한 맛 같기는 한데... 내 입 맛에는 너무 쓰다.
나는 비싼 맥주가 입에 맞지 않나봐. 저렴한 삿포로의 발포주, 麦とホップ가 제일 좋다.
500ml 한 캔 265엔, 마이스터는 350ml 인데도 246엔. 어마어마하구만.
일반 발포주가 보통 500ml 한 캔 150엔 정도 하고, 슈퍼드라이나 프리미엄 몰츠 같은 경우는 500ml 240엔 정도 하는 걸 생각해보면 에비스는 확실히 좀 비싸다. 근데 한국 맥주랑 비교하면 그렇게 가격 차이가 심한 것 같지는 않네? 이러니 한국 사람들이 일본와서 맥주에 안 빠지고 버틸 수가 있나. 똑같은 가격에 맛은 천지차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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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에비스 맥주는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구나~' 라고 이해하시면 조금 곤란하다. 왜냐면 에비스 맥주는 일본에서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맥주라서... 단지 쓴 맛이 강하다 보니 호불호가 굉장히 강한 편이기는 하다. 나는 맞지 않았을 뿐이고. 만약 본인이 깊은 맛의 맥주, 쓴 맛의 맥주를 좋아한다면 에비스 맥주야말로 인생 맥주일지도 모르니, 꼭 한 번 직접 마셔보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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