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 그 세상 시름 다 짊어졌다는 듯한 그 우울한 목소리 진짜 듣기 싫어요. 나까지 우울해져.
- 누나 방 더러워요. 좀 치우고 살지 그래요.
- 그럴거면 왜 먹으러 오자 그랬어요. 돈아깝게.
-누나랑 있으면 내가 이상한 사람된거 같아요. 이상한건 누난데.
우울한 목소리라는 말이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그애는 모르겠죠 평생. 저 저번 연애에서 우울증 환자하고 연애했고, 저 스스로도 우울증에 심각하게 물들어서 헤어졌어요. 그것에 대해 트라우마도 있고 마음의 상처도 안고 살아요.
아무리 어린 애라고 해도, 아무리 솔직한 마음이라고 해도,
나는 상처받아요.
그애 기분 안좋으면 더 밝은 척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대답은 매번 '그래요.' '그래서요.' '그러겠죠.' '알게뭐에요.' 이선이에요. 단답. 그럼 저도 밝게 말하기가 지쳐요. 무슨 일 없었어? 라고 물으면 없어요. 하고 끝이에요. 지치니 그냥 입을 다물어요. 그럼 대화가 끊겨요. 애초에 말하는건 내 몫이니까요. 그제서야 물어요. 누나 왜요. 왜 말을 안해요.
이게 무슨 대화야. 나 혼자 이야기하고 넌 아무말도 안해. 맨날 똑같은 반응. 나도 지쳐. 대화하자고 하는 통화에서 왜이렇게 혼자 떠들어야해? 내가 무슨 인강 강사도 아니고.
이렇게 조곤조곤 이야기 하니 한숨만 푹 쉬어요. 그러다 됐어요, 할 이야기 없으면 끊어요. 이래요.
속이 자꾸 쓰리고 울음만 나와요. 기분 좋을땐 농담도 하고 대화도 잘 하면서 자기 기분 안좋으면 매번 이런식. 난 일하고 와서 힘들고, 힘들어서 좀 웃고 싶은데 자꾸 속만 쓰려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