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20대 중반까지만해도 원래는 무척 다혈질에 화가 많은 성격이었어요.
제 기분대로 살 수 있어서 마음은 편했으나 주변사람들이 떠나가더라구요.
어쩌면 따뜻한 말을 잘 하지 않는 제가 자란 가정분위기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친구들이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하소연을 해도 위로가 아닌 그냥 직설적으로, 현실적으로 가슴에 꽂히는 말만 하기 바빴죠.
그런데 20대 중후반이 되면서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게 되면서
그들이 베푸는 따뜻함이 너무나 좋다고 느꼈고 나 또한 그렇게 베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저의 성격에도 문제의식을 느꼈고 그 이후론 최대한 밝고 웃으면서, 친절하고 붙임성 있게 주변사람들을 대했고
사람들이 저에게 참 좋은사람이라고 말해주는것도 행복했어요.
하지만 다시 문제가 생기네요.
저는 사실 정이 많고 사람을 금방 믿어버려요.
저에게 대해주는 아주 일부분만을 보고도 그사람이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거든요.
쉽게말해 저한테 웃어주고 잘해주면 그 순간만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 자체가 너무나도 괜찮고 좋은사람이라고 믿고
진심을 다해 잘해줘요.
하지만 예전에는 까칠해보이는 제 모습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쉽사리 대하지 못햇는데..
(어쩌면 제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_
지금은 사람들이 이런 저를 알아보고 이용해도 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고, 무례하게 대하기도 해요.
가장 속상한건 제가 너무 좋아하고 진심을 다해 잘해주는 사람들이 그런다는 거에요.
전 이렇게 뒷통수를 맞을 떄마다
그 사람을 나쁜사람이라고 탓하기보다는 그냥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럴 수 밖에 없엇을거야 라고 애써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가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법정스님 글귀 중에
함부로 인연을 맺음으로써 받는 상처는 고스란히 너의 것 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쵸 제 탓이겠죠..
하지만 저는 예전처럼 다시 사람들을 모질게 대하고 나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더 제가 상처투성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가장 슬픈건
저는 앞으로도 또 사람을 금새 헤헤하고 믿어버리는 바보같은 사람으로 살거고
그들에게 저는 이용해도 되는사람, 장난감 인형처럼 대해도 되는 사람, 잠깐 호기심으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되어 상처를 받을거라는 거에요.
그것도 제가 믿고 좋아했던 사람들에게요.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대할 때 많이 의심도 해보고
세상에 나 자신 말고는 가족도, 그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도 마음에 꼭꼭 새겼어요.
근데 저는 상대방이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면
1을 받아도 10을 주고 싶고 어떻게 뭘 더 해주고 싶어서 고민해요.
엉엉 우는 저에게 친구들은
네 잘못이 아니야..
그저 그런 사람들을 대하게 된건 네가 운이 없었을 뿐이야.
라고 얘기해요.
하지만 자꾸만 저는 자기연민에 빠져서 위로가 되질 않아요.
너무 속상해요.
나빠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