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금으로부터는 대략 20년 전 이야기다.
부끄럽게도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천성이었던듯
난 아침잠이 굉장히 많고 몹시 게으른 편이다.
반면에 밤잠은 없어서 그 어린시절 아직 PC통신을 하려면 전화선 모뎀이란 것을 이용해야만 했던 시절
용돈 모아 모아 구입한 게임잡지 부록으로 나온 게임들을 밤을 지새우며 하곤했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잠은 부족하고 등교 전 아침 시간은 부족하기 일수였다.
'신선아!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우웅... 밥 안 먹을래요 그냥 쫌 더 자면 안되요?"
지금은 혼자 자취를 하거니와 늘 저녁에 술 혹은 야식을 하느라 아침을 거의 전혀 먹지 않는데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엄마에겐 아들이 아침을 안 먹는다는 것은
태어날 때 부터 단 한 번도 우량아 타이틀을 놓친적 없던 아들이 홀쭉이가 될 것만 같고
학업이 떨어질 것 만 같으며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그렇지 어떻게 내 새끼가 배 곯고 다니나 싶었던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새끼곰만하게는 큰 것 같은 아들내미가
내년까지 살아있을려면 동면에라도 들어가야한다는 듯이 잔다고 하니
마냥 일어나라고 하기도 힘드셨던지... 이내 포기하시곤 했다.
그리고 최후에 최후의 데드라인에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고 있으면
아빠랑 누나가 이미 먹고간 아침상도 있건만...
엄마는 어느새 따끈따끈 고소한 향이 나는 간장 밥을 숟가락에 빵빵하게 채워 내 앞에 나타나셨다.
'아~~~ 해!'
'아~~~~~'
바지 입고 한 숟갈, 티셔츠 입고 한숟갈... 3~4숟갈 먹다보면 엄마가 비벼놓은 간장밥 한 공기가 거의 바닥 ㅎ
'엄마 나 그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서른이 넘은 지금은 내가 해 먹지도 엄마가 해주지도 않지만
가끔 TV에 버터계란밥, 간장계란밥 같은 자취생 메뉴가 나오곤 할 때면 어린 시절 그 때 그 짭짤 고소했던 맛이, 엄마의 사랑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