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역사적인 100만 집회 이후에 오유에서 '청와대나 여당 측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좀 더 물리적인 방법이 집회에서 필요하다.
평화집회 소용없다'라는 의견을 몇개 봤는데, 너무 답답한 마음에서 글을 써봅니다.
우선 집회의 목적은 메세지 전달, 즉 여론 조성입니다.
여론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11.12는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여당의 분열은 가속도가 붙었으며, 야당에서는 일단 민주당이 퇴진을 결의하게 만들었고 국민당의 지난 주 초까지 당내 의원들에게
집회참가를 금지했지만 11.12 전날과 당일 판세를 느끼고 안철수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하게 됩니다.
국내 주요 언론들도 11월 12일 기점으로 완전히 反박근혜로 돌아섰으며(몰론, 물타기, 여당과 박근혜 분리, 양비론이 존재하지만)
특히, 해외에서도 대단히 경이롭게 한국을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성과입니다.
근대와 현대의 집회는 다릅니다.
근대 같으면 파리 대혁명처럼 우르르 청와대가서 부수고 박근혜 잡아와서 처단하고 그러겠지만
현대는 좀 다릅니다.
4.19의 경우도 시민들이 경무대 부수고 들어가 강제로 이승만을 끌어낸 것이 아닙니다.
6월 항쟁도 시민들이 정부 몰아내고 정권 잡고 직선제 한거 아니에요
여론을 조성하고 명분을 만들어 낸 것 입니다.
(4.19 때는 정계(허정), 군부(송요찬) 및 미국 대사가 이승만을 설득해 물러나게 했고,
6월 항쟁 때 역시 정계 및 군부(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및 미국이 압력을 가했죠)
몰론, 물리력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4.19, 6월 항쟁 역시 물리력이 있었죠.
하지만 그 때는
- 집회 자체가 금지 되었고
- 강제로 해산하려 했으며
- 무엇보다 여론이 무관심 했습니다.
(운동권 선배에게 굳이 화염병 던지고 그래야 하냐고 묻자, 선배가 그래야 언론에서 한 글자라도 실어준다라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 지근거리까지 집회가 허용되고 강제도 해산하려고도 안하며 무엇보다 여론이 대단이 우호적입니다.
굳이 물리력을 쓸 필요 없습니다.
저는 운동권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다수의 집회를 나갔는데, 이번 11.12 같이 감동적인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가족,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아우러져 하나가 됐습니다.
여기에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집회에 부정적이던 언론들마저 참된 민주주의 발현, 시민정신의 발로라 하고, 중국, 미국, 일본, 전 세계에서 대단하게 봅니다.
이것은 100만이라는 숫자와 함께 평화적인 방식이 있어 가능한겁니다.
우리가 먼저 불필요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순간 그 다음부터는 시민이 아닌 폭도라 매도 당하고, 참가자도 100만 절대 안 나옵니다.
몰론. 물리력이 필요한 순간이 올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11.12의 성과를 제발 비하하지 마세요.
100만이 모여 집회했다고 박근혜 진짜로 바로 퇴진할 줄 알았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순수하신 겁니다.
물리력 주장하신 분들 11.12에 죽창들고 화염병 던졌으면 박근혜 퇴진합니까? 웃기는 소리입니다.
현재 박근혜나 청와대, 여당, 야당, 대선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깨어있는 시민들도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뜨거운 열정은 가슴에 가지고 있되, 판단은 냉철해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