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남겨진 5%, 그들의 숨겨진 의도
“여러분들, 저와 함께 다 같이 외칩시다! 빨리 군대 나와라! 빨리 탱크 나와! 빨리 총 들고 나와! 죽이자! 죽일 놈은 죽이자! 탱크로 죽이자! 총으로 죽이자! 군대가 나와서 죽이자!”
섬뜩한 이 선동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을 소탕하자는 독립운동가의 외침이 아니다. 6.25 전시 북한군을 무찌르자는 호소도 아니다. 그의 다음 외침을 들어보자.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 계엄령 선포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빨리 계엄령 선포하라!”
2016년 11월 10일, 대통령 하야반대 집회 참여자는 이렇게 절규했다.
네이버 인물세계사 ‘빌 클린턴(원재훈 글)’에 따르면, ‘그(클린턴)는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문화적 심리적인 분열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극우주의자들은 난폭해진다고 고백했다. 극우주의자들은 미국이 통합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적과의 갈등을 유지하는 정책을 원했다.’라고 한다. 마지막 남은 대통령의 5% 지지자. 어느 사회에서나 이런 극우주의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들은 무엇 때문에 자국민에게 총을 쏘고 죽이라는 선동을 하는 것인가. 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자.
극우주의자들의 심리를 알기 위해선 두 가지를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욕구안정의 수준과 둘째는 그들 행동에 따르는 이득이다.
1. 극우주의자들의 욕구안정 수준
인본주의 심리학자 메슬로우는 욕구 5단계를 주장하며,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안정되어 가는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수준은 생리적 욕구이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숨 쉬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욕구를 의미한다. 두 번째 수준은 안전의 욕구이다. 심리적 안전, 생리적 안전, 신체적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욕구이다. 외부의 신체적, 심리적 위협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한다. 세 번째 수준은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이다. 어떤 단체에 소속되거나, 가족을 이루거나, 그 안에서 사랑과 결속감을 느끼려는 욕구이다. 인간은 이 수준까지만 올라서도 무척 안정적인 느낌을 얻는다. 네 번째 수준은 존경의 욕구이다. 사회적 인정과 성공에 대한 욕구이다. 최 상위 수준은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메슬로우가 주장한 욕구위계에 따라 인간은 안정을 취한다. 하위 수준이 안정되지 못한다면 상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먹고, 자고, 숨 쉬는 것이 보장 되어야만 안전함에 대한 욕구도 발생한다. 안전함이 보장 되어야만 소속감도 느낄 수 있고, 사랑도 느낄 수 있다. 소속감과 사랑이 충만해야 사회적 존경과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욕구도 생긴다. 내가 사회적 존경과 성공에 대한 에너지가 없다면, 자아실현은 그냥 꿈일 뿐이다.
다시 극우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같은 나라의 국민을 총과 탱크로 죽이자고 선동하는 자들은 어떤 위계에서 불안정을 겪는 것인가. ‘안전 위계’이다. 대통령에게 남은 5% 지지자들은 현재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주장한다. 자국민을 살해하라고 주장한다. 심리적으로 ‘공격’은 ‘회피’와 같은 반응이다.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면 도망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공격성을 보이는 건 심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의 외침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대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전위계를 안정화하려는 그들의 노력이다.
2. 극우주의자들의 불안정과 숨겨진 의도
다시 말하지만, 인간에게 강한 공격성이란 그만큼 생명의 불안전을 느끼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마치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이유 없이 공격할 대상을 찾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들이 공격대상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가.
필자의 책 ‘마음의 역설’에서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과 욕구는 ‘이득’이 있어야만 나타난다. 이득이 없다면 행동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의 극우주의 행동은 이득이 있기에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어떤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성공을 위해 결핍을 찾는다.’란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대통령의 남은 5% 지지자들 또한 ‘00을 위해 불안정을 찾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욕구안정위계의 상위 수준으로 오르길 원한다. 욕구위계의 상위 수준으로 오르길 원하는 건 인간의 본능과 같다. 하지만 오르길 원하는데 오르지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공을 위해 결핍을 찾듯, 상위 수준으로 오르기 위해 불안정을 찾게 된다.
분리불안장애를 겪는 아이들은 ‘안전의 욕구’ 위계에서 불안정을 겪는 중이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살아가야 할 유치원을 적으로 여긴다. 함께 지내야 할 선생님과 친구들을 적으로 여긴다. 자신을 지지해 줄 단 한 사람(보통 엄마) 이외에 모든 이들을 적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분리불안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엄마의 따뜻한 관심,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 등을 얻어낼 수 있다. 이처럼 해당 위계의 불안정은 상위 위계를 ‘직접’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이런 이득을 심리학에선 이차적 이득(Secondary Gain)이라고 한다. (이차적 이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마음의 역설’을 참고 바란다.)
극우주의자들의 심리는 마치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들과 같다. 의도적으로 불안정함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적으로 여긴다. 불만족이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함께 지내야 할 사회의 일부분, 조금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적으로 여긴다. 의도적으로 적을 만들고 찾는다. 그렇다면 극우주의자들은 분리불안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그들에겐 내/외부의 적이 필요하다. 적을 만들어 결집하면 그 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들이 극우주의 행동을 할수록 이권을 챙기는 기득권에게 애착될 수 있다. 극우주의 행동으로 기득권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어떤 기득권은 극우주의자들에게 ‘당신들은 국가 발전의 주역입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돈 봉투를 건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회 발전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존경의 욕구’도 우회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 극우주의적 행동이, 불안정함을 찾는 행동이, 적을 만드는 행동이 거꾸로 그들에게 소속감의 안정과 존경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3. 마지막 5% 지지자를 위한 해법
인간은 이득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 또한 철저하게 이득을 차단하고, 불안정함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첫째, 극우주의자들이 애착하고 있는 일부 기득권과의 관계를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법적 제도를 만들고, 기득권이 극우주의자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극우주의자들은 애착할 수 있는 대상이 사라진다. 소속감과 존경의 욕구를 우회적으로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막히는 셈이다.
둘째, 사회적 소외계층, 빈곤계층일수록 보수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극우주의 성향은 소외의 불안정함을 우회적으로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제도, 복지제도, 안정망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소외계층이 소외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국가와 국민의 활동이 밖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심리학에선 이 과정을 ‘영적 - 정체성 - 내적’ 정렬(Alignment)이라고 한다. 나라 안의 활동이 밖으로 흐르게 되면 여론도 그 흐름을 따르고, 자연스레 이슈는 하나의 통로로 모이게 된다. 국가 간의 합목적(영성)과 우리나라의 목적(정체성)과 국가의 활동(내적)이 하나로 정렬될 필요가 있다.
통로를 만드는 손쉬운 방법이 적국을 만드는 것이며, 전쟁몰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영적이지 못한 극우주의 통로이다. 비난하는 주장도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수출’이란 통로를 들고 국민의 활동을 하나로 뻗어나가게 했다. 그래서 아직 그를 존경하고 반인반신으로 따르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좋은 예는 무엇이 있을까. ‘한류’이다. 문화한류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의 좋은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지식한류’를 주장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현재는 따질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국론을 하나로 통합하는 ‘통로’의 좋은 예임은 분명하다.
정의로운 사회, 사회 안전망, 세계로 향할 수 있는 국가의 활동... 극우주의자의 해법이며 우리를 통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