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꽤나 있는 어르신들, 혹은 가부장적인 집안환경에서만 그런 생각이 당연시 되는 것 같죠?
천만에요, 전혀 아니죠.
정치적으로 진보에 가까운데다 지난 2번의 대선에선 왜 그들이 뽑혔는지 모르겠다며
열렬히 진보적인 성향을 뿜뿜 했던, 30대초반의, 기혼여성도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네 실화입니다. 다 제가 경험 했던 거죠. 네 제 시누이(신랑의 바로 아래 여동생)가 그러하더군요.
결혼 첫해부터 압박이 들어옵니다. 시댁 전체 가족(저희 부부포함 9명(그중 둘은 아이))이 참석하는 생신상을 차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해부터는 쿨하게 (이미 쿨하게가 아닌데?) 외식과 선물로 하자, 그러더군요.
했냐고요? 네 했죠. 28년간 살아오면서 누구와도 크게 목소리 키워본 적 없는 성격의, 보통 여자이면 그런 분위기에서 하게됩니다.
남편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면서 저를 말렸지만 뭐 어쩌겠어요, 시누이 페이스에 이미 말려버린 후였는 걸요.
하지만 첫해에는 억울하다는 감정보다, 잘 보이고 싶다, 순탄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싶다,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하지만 문제는 둘째 해부터 시작됩니다.
첫해의 쿨함은 온간데 없이, 설전을 시작합니다.
첫 시작은 오빠(신랑)에게 "엄마는 며느리 있는 분"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친정에 전화해서 물어보라 그래!!"라며 악을 씁니다.
그 전화를 건 날의, 그 전 주에 온 가족이 모두 모여서 외식을 했었드랬습니다. 물론 선물(대신 용돈)도 드렸죠.
그런데 어머니 생신 전전날(어머니 생신은 평일), 자기 딴에는 '센스있게 귀뜸'해주는 형식으로 오빠에게 전화를 건겁니다.
오빠의 개념상으로는 그건 용납이 안된다는 걸 여태까지 몰랐나 봅니다.
오빠가 딱잘라 안된다, 싫다, 고 하니 악에 받쳐 결혼한 오빠한테 "야!!!"라고 하면서 온갖말을 쏟아붇습니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가서라도 직접 만든 음식으로 "성의 표시를 하라"라는 요구는 결국 저의 눈물를 쏟아내게 만듭니다.
네 결국 신랑은 가족과 절교를 하네마네 난리가 났었고, 그걸 어머니는 "걔가 시댁에 워낙 잘해서 조언한 것"으로 저의 속을 두번 뒤집습니다.
결혼 전 시누이를 봤을때는 꽤나 센스있고 쿨내가 느껴져서 참 좋았더랬죠.
'내가 인생&결혼 선배이니 내 조언을 새겨들어봐'하는 포스도 제법 견딜만 했고요.
그러나 이후로 여러가지 폭풍을 겪고나서 일정부분 단절을 했습니다.
아가씨의 '결혼생활 의무'에 관련된 요구는 (신랑의 커트로) 일절 무시가 됐고, 어머니도 어느정도 포기하셨습니다.
뒤에서는 온갖 말로 저를 흉보겠지만, 뭐 어쩌겠나요 그걸 들어주면서 살면 제 속만 곪는 걸...
그냥 외면하고 몸이라도 편한 게 낫죠.
근데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까, 제 생일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제 좌우명인 "내가 받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다."이 반전되서 그런가봅니다.
"니들은 내 생일에 뭐나 해줘봤냐? 연락도 없는 인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