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임이었다.
그는 내게 단톡에서부터 장난을 쳐왔다. 프로필 사진에 있는 내 사진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는 몰라도,
뷰티어플이란걸 대략 알텐데 나는 그가 단단히 속고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첫 오프라인 모임을 나가기 전부터 그는 내게 애인처럼 굴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게 되면 모두 하하 호호 웃으며 장난이었노라 마무리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멀리서 나를 보고 모임 자리에 나타난 그는 술을 마시고 있던 우리 일행에게 합류하면서 더 농도짙은 농담과 장난을 치기에 이르렀다.
취기가 올랐고, 나도 모르게 자꾸 쉬운 여자인 것 처럼 행동했다. 자꾸만 장난을 치는 그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을뿐, 비호감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술 때문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의 귓속에 대고 귓속말로 속삭여주었다.
"너같은 남자애들 많이 만나봤어."
그는 내 휴대폰을 가져가 자기 전화번호를 찍더니 본인의 번호를 저장했다.
'자기'
*
다음날 그가 내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어제 술을 마시며 조금 친해졌는지는 몰라도, 다들 이렇게 자기자기 거리며 커플놀이를
하는 모임의 성격인가보다 하고 넘겼지만 성격상 진심이 아닌 남자에게 '자기''여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나는 그가 오는 것이 못내 불편했다.
아니, 사실은 긴장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제 마신 술 덕분에 아직 깨지 않는 숙취 때문이리라 생각해버렸다.
같이 온 언니와 함께 셋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고 어제의 일로 하하호호 웃었다.
"둘이 너무 잘어울려, 한번 만나봐. "
라고 말하는 언니에게 손사래를 치며
"자보고 사귀어야죠."
했다.
순간의 정적-
둘은 뭔가 나를 보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잠깐 얼었다. 남자가 평소 하던 말이라고 했다.
이토록 연애관이 잘 맞는 사람이라니. 웃기다 웃기다 했지만, 나는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언니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그는 내게 진지하게 얘기해왔다.
나는 웃으며 당신이 진심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건 그만두라고 했다.
나는 이 정도 까지만 받아줄 수 있는 여자라고.
"그래서, 나랑 키스할 수 있어요? "
그는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말했다.
"나랑 자자."
나는 쉬운 여자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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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애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 죄송해여.. 짧아서.. 다음엔 좀 더 자세하게 쓸게요!
추천과 댓글은 사랑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