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누구나 역린이라 할 만한 게 있음. 박근혜한테는 그 역린이 패밀리를 건드리는 것임. 최태민-최순실, (그리고 어쩌면 장시호까지도.) 청와대 비서관 한둘이 다치고 자기편 장관이 하나둘 다치는 건 손톱에 긁히는 것과 다름없고 100만명이 나와서 시위하는 건 자신과 관계없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역린은 다름. 오장육부를 찢어내는 것과 같음.
최순실의 기분을 나쁘게 한 문체부 국장 과장 둘 조지려고 몇 년씩 기억해뒀다가 벼르는 것은 우리 대통령에게 패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줌. 부모형제보다 더 아끼는 사람임. 어쩌면 자기 목숨보다도 더욱. 아마 우병우가 대통령이면 영리한 사람이니 뭘 태우든 웃어넘기고 치울 일이지만, 박근혜는 종교적인 관점이 강한 사람이니 심한 트라우마를 받을 것임. 최순실은 멀쩡히 살아 있는 걸 알고 있으니 종이모형을 만들어 태운다 해도 큰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최태민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 이야기가 다름. 누굴 해치는 폭력시위가 아니니 언론의 역공을 받기 힘들다는 장점도 있음. (박정희 상징물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임. 최태민은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