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교과서 고치랬더니.. 멀쩡한 7종 검열 '독재미화' 국정 교과서 만들라는 꼴
http://media.daum.net/society/education/newsview?newsid=20131129203009870&RIGHT_REPLY=R16 [한겨레]교육부, 검정교과서 수정 명령
독재정권 시절 사건 표현 문제삼고
북 인권문제 구체적 사례 넣어라
수정심의위 명단 공개도 안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물타기'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서 비롯한 교과서 논란이 결국 다른 교과서들에 대한 수정명령으로 귀결되면서 '교학사 교과서 물타기'라는 비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수정을 명령한 내용 또한 독재 미화라는 지적을 받는데다 지나치게 세부적이어서, 교과서 검정제도가 사실상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교학사 교과서 물타기"
한국사 교과서 논란은 애초 친일 인사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미화하고 수많은 사실 오류로 점철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미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마친 나머지 교과서 7종에도 지난달 21일 수정·보완 권고를 한 데 이어 29일 추가로 수정명령을 내렸다. 교학사 저자들을 뺀 나머지 7종 교과서 저자들이 "물타기"라며 반발하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이날 수정명령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 등 독재정권 시절의 주요한 사건과 관련한 제목을 누그러뜨리도록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아예 '독재 미화'에 총대를 메고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교육부는 가뜩이나 독재 미화 논란이 일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오히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감추라는 수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건국 뒤 국회가 친일세력 청산을 위해 만든 특별경찰을 일반경찰이 무장해제시키고 결국 반민특위가 해체됐다고 서술한 부분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특별경찰대 해산을 명령했다고 기자회견했다"는 문장을 삭제하라고 한 것이다.
■ "국정 교과서를 만들라는 얘기냐"
이밖에 교육부가 내린 수정명령은 대부분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다. 교육부가 구성한 수정심의회는 "북한에서 심각한 인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 천재교육 출판사의 교과서 내용에 더 구체적인 사례까지 넣어서 고치라고 명령했다. 또 북한이 "무상몰수·무상분배 방식의 토지개혁을 실시했다"(금성·미래엔·비상교육·천재교육)는 표현에 대해서도 "매매·소작·저당이 금지됐다는 등 소유권 제한이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라"고 했다.
전반적인 서술 기조에 문제가 없음에도 교육부가 이처럼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에 간섭하는 것은 결국 과거의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가가 역사 평가의 열쇠를 쥐지 말고 민간의 다양한 역사해석을 가르쳐야 한다며 국정교과서 체제에서 검정 체제로 전환한 역사를 부정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북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교육부가 사소한 사항까지 수정명령하면 국정이나 진배없어진다. 정부는 큰 틀에서 심각하게 민주주의나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내용이 있을 때 개입하는 것이다. 이처럼 명령권을 가볍게 활용하면 교과서 기술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수정명령 과정은 전부 비밀
많은 갈등 속에서 이번 수정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수정심의회가 누구로 구성됐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이날 413개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했다면서도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교과서 선정·주문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는 공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중심이 돼 검정을 할 때 검정 통과가 이뤄진 직후 곧바로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교육부는 앞서 2008년 금성교과서에 수정명령을 내릴 때도 심의를 담당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 명단을 감추다가 소송에 패소해 결국 공개했는데, 협의회가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