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당대표 문자 받고 가족들과 집회에 참여한 후 뭔가 했다는 뿌듯함 속에서도 뭔가의 답답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몇 자 적습니다. 탄핵이라는 화두 때문이죠. 무능한 야당 새누리 2중대. 언제나 듣던 이야기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몇 자 적어봐야 할 거 같아 써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적으로 탄핵이라는 카드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고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제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죠.
1. 200석을 채워라
탄핵소추를 가결하기 위해서는 국회 2/3 의석이 필요합니다. 즉 200석이 필요한데 야권의석을 박박 끌어모아도 171석. 29석의 새누리 의석이 필요합니다. 즉 비박의 표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이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거래를 할 것도 없이 탄핵안을 던지기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걸 거부하기 어렵거든요. 사실 안 받으면 고맙죠.
문제는 이걸 계기로 최소한 비박(구 친박)은 대통령 and 친박과 갈라섰다는 명분을 얻게 됩니다. 훗날 새누리의 재창당 과정을 통해 위기를 벗어날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더민주가 감수해야 합니다.
2. 누가 탄핵을 지휘하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다는 것은 야권이 아니라 국회 전체가 탄핵에 동의했다는 의미고 즉 탄핵에 대한 진행은 국회 전체가 수행합니다. 법사위원장이 탄핵정국을 주도하죠. 과거 노무현 탄핵소추 당시 대통령 변호팀의 수장이 문재인 전 민정수석 상대는 김기춘 당시 법사위원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승리로 결론이 납니다.
만약 현시점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된다면 현 법사위원장이 총지휘를 맏게 됩니다. 그리고 현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 권선동 의원이죠. 우리는 새누리당 권선동 의원의 선의를 믿어야 합니다.
3. 대통령 직무정지와 직무대행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합니다. 우리는 황교안 총리의 중립적인 운영을 또 믿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가 공안검사 출신이고 그동안 공안정국 조성에 일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야권은 편파적이라 할 만큼의 선거법 위반 기소를 당한 상태이죠. 물론 우리는 여기서도 황교안 총리의 선의를 믿어야 합니다.
4.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탄핵정국으로 진행되면 지금도 느리고 엉성하다고 욕을 먹는 검찰 수사는 더욱 느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은 가지고 있는 증거로 판단하는 기관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검찰수사 결과가 엉성하게 나와 엉성한 증거를 제출한다면 헌법재판소가 아무리 탄핵을 가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강력한 여론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검찰을 압박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번에도 우리는 검찰의 선의를 믿어야 합니다.
5. 헌법재판소를 넘어라
탄핵을 위해서는 헌법재판소 9인 중 6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중 7명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임명한 헌법재판소장입니다. 그리고 탄핵재판은 6개월까지 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간은 3번 문항에서 언급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짧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강력한 여론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들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헌재 역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시간을 끌 명분은 충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선의를 믿어야 합니다.
6. 만약 탄핵이 부결된다면
탄핵이 가결된다고 하더라도 후폭풍은 피하기 어렵습니다만, 부결되면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빠집니다.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부결이 되었는데 불복하느냐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여론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부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4번 문항에서 지적했다시피 헌재는 주어진 증거로 가부 여부를 판결하는 법원입니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받아든 국민의 뜨거운 지탄을 받겠으나 반면에 헌재의 결정을 지지하는 여론 역시 명분을 얻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국면전환과 진영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 부담은 더민주가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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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고사시킬 수 있는 기회를 탄핵을 하기 위해 모두 포기하고 비박의 선의와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선의와 황교안 총리의 선의와 검찰의 선의와 헌법재판소의 선의에 모든 것을 맏겨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게 국민여론이라면 더민주 역시 따라가야 할 겁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네요.
마치면서. 혁명의 시대를 지나왔기에....
쫄보. 무능한 정당. 새누리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 더민주는 과거 독재정권과 싸운 투사들로 이루어진 정당입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었고 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루어 냅니다. 그리고 제6공화국 대통령 노태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은 그때의 비통함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87년 개헌 이후 많은 것들이 어그러졌지만 그중 단 하나의 약속은 남았습니다. 이제 제도권에서 싸우자. 전 국민이 동의했던 그 약속을 토대로 6공화국은 유지되어왔고 우리는 지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도권에서 싸우려면 그에 걸맞은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원칙 있는 패배... 좋기는 한데 그거 누가 알아줍니까. 이기지 못하면 모든 게 끝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새누리 소름 하면서 그들의 기민한 정치적 행보를 경탄하고 더민주는 비판받았습니다. 당연합니다. 이기지 못했으니까. 다만, 이제 이길 기회가 왔고 기민한 정치적 행보를 펴볼 순간이 왔을 뿐입니다.
혹자 왕의 모가지를 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민주화가 오지 않는다는 주장은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6번의 대선에서 2번의 승리 4번의 패배 그보다 더 처참한 총선에서의 성적으로 알았습니다. 우리가 제도권에 걸맞은 준비와 행보를 보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늘 불리한 환경에서 싸워왔습니다. 혹자가 꽃놀이패라고 하는 그 어떤 상황도 야권에 늘 유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핸디캡을 감수해야 했고 그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도덕적이어야 했고 조금이라도 더 실리적이어야 했습니다. 비록 부족한 부분은 있어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도와주시길. 이길 수 있는 싸움에 원칙 있는 패배보다 값진 승리를 위해서 제발 한 번만 더민주를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