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글쓰기도 읽기도 좋아하던 오빠가 청산별곡에서 따왔다고 하던 청산이에요.
아마도 그래서 엄마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더욱 특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여덟살이었구요.
이름을 부르면 쳐다만 보고 오지는 않다가
손을 내밀면 꼭 저 멀리에서도 뱃살 흔들며 달려와서 머리를 한참 부비는 걸 참 좋아했어요.
살은 많이 쪘지만 털이 너무 부드러워서 안는 느낌이 참 말랑하고 폭신해서 좋았는데
정작 본인은 셋 중에 가장 안기는 걸 싫어해서 이따금 번쩍 들어올리면 꼭 손이 닿자마자 째지는 소리로 울었죠.
그래도 똑바로 안으면 가만히 윗공기를 구경했지만 팔이 저려서 오래 안고 있지는 못했어요.
내려갈 땐 항상 곱게 내려주려고 해도 급하게 뒷발로 박차고 나가는 바람에 생채기를 여럿 남겼더랬죠.
음식을 하나도 안 가리고 많이도 먹지만 밥을 달라고 때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항상 밥그릇 앞에서 품격있게 기다리는 편이었죠.
가끔 옆에서 재울 때면 기분이 좋아서 골골송을 멈추지 않고 있다가
잠들었는지 조용할 때 쯤에 살짝 쓰다듬으면 다시 귀신같이 알고 골골골골을 끊임없이 들려줬어요.
얼마나 참을성있고 착한지 병원 선생님들이 끊임없이 칭찬도 해주셨어요.
아플텐데도 아프다고 큰 소리 한 번 안내고 너무 얌전하다고.
커다란 수술도 잘 이겨내고 하루만에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나는 이렇게 강하다고 말해주는 것 처럼.
입원해있으면서 숨쉬기도 힘든 상태였을텐데, 우리가 달려갈 때 까지 또 다시 꾹 참고 기다려줬어요.
내 옆에 있는 거 안다고 말해주는 것 처럼 눈도 깜빡깜빡, 귀도 쫑긋쫑긋.
끝까지 마지막 인사 할 수 있게 해줬어요.
마지막까지, 언제나 참 안심시켜주는 아이였어요.
너무 많이 슬프지만, 슬픈 건 정말 어쩔 수 없이 너무 너무 슬프지만.
아프지는 않게 끝까지 안심시켜 주고 간 것 같아요.
의사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셨듯이 정말 너무 착해요. 아이가 너무 착해요.
다음 생에서도 꼭 몸도 마음도 품격있게 태어나서, 그에 걸맞는 삶을 품격있게 누리길. 영원토록.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 너머에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