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A씨는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자 올 초 동사무소에서 받았던 한통의 고지서를 떠올렸다. 국가 비상 사태 발생시 A씨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을 동원하겠다는 내용의 '중점관리대상 물자 지정 및 임무 고지서'였다. 그의 차량은 GM대우 SUV인 윈스톰 4륜구동이다.
고지서를 받을 당시만해도 A씨는 실제로 발생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다. 물론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이 같은 생각은 확 바뀌었지만 '왜 내가 소유한 차량이 그 대상이고, 언제까지 동원 대상인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 고지서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따라 발송된 것이다. 비상대비자원관리법은 전쟁 등 비상사태에 국가의 인력과 물자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에 대비한 계획 수립 등을 규정한 법률이다.
한반도에 전쟁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예비군이 동원되듯이 물자도 그 대상이 된다. 여기에는 차량과 건설 기계, 심지어 지하공간이 있는 건물이 포함된다.
차량은 개인 소유의 SUV를 비롯한 각종 화물차와 특수차가 대상이다. 동원령이 떨어지면 해당 차종 소유주는 정해진 장소에서 군에 차를 넘겨야 한다. 동원 대상 차종은 딱히 구분되지 않지만 대부분 SUV 위주이며 화물트럭, 버스 등이 포함된다.
선정 방법은 해마다 국방부가 필요한 차의 종류와 대수를 정하면 국토해양부가 내용을 검토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동원량을 배분하게 된다. 지자체는 할당량에 따라 대상차를 전산으로 무작위 선발하고 동원시 차주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
또 고장 가능성이 적은 신차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동원차의 규모나 구체적 차종 등은 군사비밀에 해당한다. 차주는 국가에 차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실제 동원되면 나중에 보상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