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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통령 단상
게시물ID : sisa_784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군마군마
추천 : 1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11/12 09: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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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5년쯤 전인가..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보수적인데 사람들이 여자를 대통령으로 찍어줄 것 같으냐. 아마 안 될 것이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왔죠. 
뭐 국가 기관이 선거 결과를 바꾸기 위해 전면 개입했으니 
애초에 인정되어서는 안 될 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좌우지간 헌정 역사상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무척 낮은 편입니다. 
그런 사회는 대체로 건강하지 못합니다.
사회 구성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그 수많은 능력이 잘 쓰이지 못하니 낭비이고
결과적으로는 남자들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되기 때문이죠.

미국에서는 1789년 조지 워싱턴 이후에 올해 역사상 최초 여자 대통령이 나올 뻔 했지만
미국인들은 역사상 최초로 정신이 이상한 변태 영감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죠.
힐러리 클린턴은 능력도 있고 말도 무척 잘하며, 무척 똑똑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성공한 커리어 우먼에게는 차가움, 공격적임, 재수없음 이런 이미지가 잘 씌워집니다.
그래도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부패하고 재수없다고 싫어하지 
멍청하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탓에 '잔소리하는 똑똑한 여자는 밥맛이야'라고 생각하는 (심지어 그 미움엔 남녀 구분도 없습니다)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저는 힐러리 클린턴이 좀 부당하게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 썼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국을 생각합니다.
'마지막 여자 대통령' 타이틀은 아마 한참동안 바뀌지 않을 겁니다.
제가 죽기 전에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편견을 뚫고 첫 기회를 잡은 사람은 정말 잘 해내야 합니다.
자신에게는 좀 불공평하게도 너무 큰 무게를 버텨내야 하지만
그게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처음으로 개척하는 사람의 운명입니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정말 많은 미움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적어도 다른 흑인들이 같은 길을 가지 못하게 막지는 않았잖아요.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이런 분이라는 건 참 비극입니다. 
정말 불행히도, 그 분의 행보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이 겪는 
그 편견이 거짓말처럼 잘 들어맞는 사람이 정말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한국에서 아주 오랫동안 여자 대통령은 이 분으로 대표 되겠지요. 
참 비극입니다. 편견을 깨기는 커녕 편견을 더 굳건히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저는 그 분을 지지한 적도 없었고 표도 다른 분에게 보냈지만
결국 이 사회 성인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많은 미안함을 느낍니다.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더 큰 편견과 겪을 수도 있는 어린이들, 학생들..
참 미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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